북한이 대남·대미 정책을 '투트랙 전략'으로 전환하고 대화 메시지와 군사 도발 메시지를 연달아 제시하고 있다. 남북관계 복원과는 별개로 연이어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면서, 군사력 강화는 '도발'이 아닌 자위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방과학원은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과 함께 발사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부터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힌 이튿날 이뤄졌다.
국방과학원은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쌍타조종기술과 2중 임펄스 비행 발동기(펄스 모터)를 비롯한 중요 새 기술 도입으로 미사일 조종 체계의 속응성과 유도 정확도, 공중목표 소멸 거리를 대폭 늘린 신형 반항공미사일의 놀라운 전투적 성능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시험발사는 박정천 당 비서가 국방과학연구 부문 간부들과 함께 참관했고, 김 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이틀 만이다.
이후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좋은 발상"이라고 밝혔고,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대화 재개 기대감을 키웠다. 이어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28일)→연락선 복원 가능성 언급(29일) →반항공미사일 시험 발사(30일) 순으로 화해와 도발 메시지를 번갈아 제시했다.
대화 메시지와 미사일 도발을 연이어 제시하는 것은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를 '도발'로 보지 말라는 주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대화 재개와는 별개로 국방계획에 따른 무기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남한에는 종전선언 전에 '이중적 태도' 및 '적대시 관점'을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시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말하는 이중적 태도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등을 자위권이 아닌 도발로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북한은 새로운 무기를 추가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순항미사일 2발(1월 22일) △순항미사일 2발(3월 21일) △신형 전술유도탄(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개량형) 2발(3월 25일) △열차 발사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9월 15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9월 11~12일)을 각각 시험 발사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고강도 도발 행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1월 노동당 제8차 당 대회에서 공개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고려할 경우 향후 핵탄두 탑재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고도 무인정찰기 등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향후 북한은 강·온 병행전략하에서 장내에서는 통신선 복원을 통한 대화, 장외에서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