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배달시대] 불붙는 뷰티업계 '빠른 배송' 경쟁

2021-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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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장품 시장에서 '배달 전쟁'이 불붙고 있다.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일(日) 단위의 '당일 배송' 싸움을 넘어 시간 단위의 '배달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뷰티 업계까지 불씨가 옮아 붙은 것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화장품 시장 불황에도 온라인 수요는 견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화장품 업체들은 이런 모습에 온라인 플랫폼과 손잡고 배달 유통망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코로나발 불황에도 화장품 배송 수요 '쑥쑥'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은 12조4712억원으로 지난 3년 새 31% 가까이 늘었다. 2018년 9조5117억원에 불과했던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은 2019년 12조2986억원으로 훌쩍 뛰었고, 코로나19로 화장품 수요가 줄어든 지난해에도 꺾이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 역시 6조30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약 5% 늘었다.

화장품의 '빠른 배달'이 일상화하면서 이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중순 화장품 새벽배송을 시작한 쓱(SSG)닷컴에서 같은 달 15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한 달간 해당 물품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달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자정 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도착하는 서비스 특성에 장보기와 비누, 샴푸 같은 생필품 위주였던 상품 구색이 화장품까지 확대되자 즉각적인 고객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는 게 SSG닷컴 측의 설명이다.

SSG닷컴은 이런 수요를 감안해 이달 23일부터 새벽배송으로 주문 가능한 화장품 브랜드를 늘리고 취급 상품을 기존보다 2배 늘렸다. 화장품 새벽배송 론칭 두 달 만에 상품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SSG닷컴 새벽배송에서 주문할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 수는 기존 49개에서 60개로 늘어났다. 상품 수(SKU)도 600여종까지 늘어 론칭 초기인 지난 7월 300종과 비교했을 때 2배 증가했다.

다른 판매 채널에서도 비슷하다. 일찌감치 '즉시배송'을 시작한 CJ올리브영에서는 지난 7월 12일부터 20일까지의 일평균 ‘오늘드림’ 주문 건수가 직전 7월 일평균 대비 23%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문 유형별로는 같은 기간 '빠름 배송'이 26%, '쓰리포 배송'이 24% 늘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2018년 1000개가 넘는 전국 매장망을 활용해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배송지 인근 매장에서 발송, 소요 시간을 단축한 즉시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빠름배송', '쓰리포(3!4!)배송', '미드나잇 배송' 등으로 옵션을 늘려 편의성을 높였다. 3시간 이내 배송을 내세운 빠름배송 서비스는 올해 상반기 평균 배송시간을 약 45분까지 단축했다. 지난해 평균 55분에서도 10분가량 줄인 것이다. 쓰리포 배송과 미드나잇 배송은 각각 오후 3~4시, 밤 10~12시 안에서 원하는 시간을 지정해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 뷰티업계 배송망 확충 사활…온라인 플랫폼과 MOU 활기
 

박태호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디비전장 상무(오른쪽)와 박해웅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플랫폼사업본부 부사장이 지난 8일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본사에서 배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화장품 배송 수요가 계속 늘자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앞다퉈 배달 유통 채널 확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아리따움은 이달 10일 배달 서비스 플랫폼 요기요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아리따움은 지난 4월 요기요에 입점해 수도권 35개 점포에서 시범 운영 중이었다. 두 회사는 이번 협약으로 시범 운영 중이던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아리따움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요기요에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함께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네이버와 11번가, 쿠팡 등 자체 풀필먼트센터를 가지고 있는 주요 이커머스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이베이코리아, 롯데홈쇼핑, 11번가, SSG닷컴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며 온라인과 배송 유통망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CJ대한통운·네이버와 계약을 맺고 24시간 이내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LG생활건강 상품을 주문하면 CJ대한통운의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 센터에서 곧바로 집 근처 허브 터미널로 상품이 이송돼 택배 배송 시간을 줄인 것이다. 기존 인터넷 쇼핑에서 다음 날 상품을 받아보려면 오후 3시까지는 주문을 마쳐야 했지만, 이 삼각편대 협약으로 밤 12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했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토니모리 등도 배달 앱으로 들어갔다. 랄라블라와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각각 요기요·김집사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에 돌입했고, 토니모리도 이달 17일 요기요와 배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토니모리는 배달의민족 B마트와 즉시배송 모바일 마켓 '나우픽'과도 손잡고 상품을 단시간에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화장품 오프라인 매장들은 거리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를 보면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매장은 2018년 1250개에서 지난해 말 1003개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장 수는 710여곳이다. 로드숍 1세대인 에이블씨엔씨 미샤 매장은 같은 기간 304개에서 214개, 토니모리는 318개에서 223개로 줄었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길어지고, 전염병 전파를 우려한 다중이용시설 기피와 화장품 선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제품 테스트가 제한되면서 화장품 업계 주요 판매 채널이었던 로드숍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로드숍을 대체하는 판매 채널 다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화장품 시장에서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대세로 떠오른 구독과 라이브커머스, 배달 서비스는 물론 한층 진화된 디지털 방문 판매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j올리브영 즉시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사진=CJ올리브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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