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항공(HNA·하이항)그룹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이어트(사업 축소)'를 선언했다. 사업을 늘리지 않고 기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년 넘게 이어졌던 HNA그룹의 파산 구조조정이 이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19일 중국 동방재부망에 따르면 구강(顧剛) HNA그룹 당서기는 전날 열린 안전 생산 경영 연례회의에서 회사 사업을 △항공 △공항 △금융 △비즈니스 및 기타 등 완전히 독립적인 4개의 부문으로 재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문어발식으로 몸집을 불리지 않고 기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구 당서기는 "구조조정 이후 새로운 경영진과 주주의 지도로 각각 완전히 독립하게 될 것"이라면서 "각 본업으로 복귀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단과 츠항공익펀드는 HNA그룹의 지분을 완전 매각하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HNA그룹이 공개한 지배구조에 따르면 하이난성 츠항공익펀드, 자연인 지배주주 12명이 각각 HNA그룹의 지분 50%, 47.5%를 보유하고 있다. HNA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파산 및 구조조정의 법적 요구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산하 항공사만 하이난항공을 비롯해 신화항공, 산시항공, 샹펑항공 등 14곳, 보유 항공기 수 885대, 연간 여객운송량 1억2000만명, 운항노선만 1500개에 달하는 거대한 항공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고위층 유착 논란, 과다부채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기에 빠졌다. 인수했던 호텔과 부동산, 은행의 지분을 매각하며 빚을 줄여나갔지만, 지난해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수요가 크게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부채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올해 1월 채권단은 법원에 파산·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중국 역사상 부채액이 가장 많은 파산안으로 기록됐다. 지난 3월부터 산하 항공사업 매각을 위한 전략적 투자자 모집에 나서왔다.
최근 국유기업이 HNA그룹의 항공업과 공항 운영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히면서 짙었던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항공 부문은 랴오닝성의 국유기업인 랴오닝팡다그룹이, 공항 운영 부문은 하이난성의 국유기업인 하이난개발홀딩스가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HNA그룹은 나머지 금융과 비즈니스 부문의 전략적 투자자를 현재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방재부망은 HNA그룹의 구조조정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