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호출, 바이러스 99.9% 사멸"…코로나 시대 ‘엘리베이터’의 진화

2021-09-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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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 14~16일 고양 킨텍스서 개최

AI, IoT 등 신기술 융합된 엘리베이터가 한자리에

1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한국국제승강기 엑스포’에서 애니텍 직원이 엘리베이터 내 공기정화청정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엘리베이터 탑승 시 초미세먼지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동시에 잡는 역할을 한다. [사진=김경은 기자 gold@]



코로나19 사태 이후 엘리베이터의 풍경이 바뀌었다. 아파트나 직장, 지하철역 등 하루에 수차례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엔 손 소독제와 항균 필터는 물론 이쑤시개, 면봉 등의 도구가 비치됐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 손가락 대신 이용할 수 있도록 놓아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도구의 필요성이 사라진다. 탑승자가 목적지 층에 내리기 전에 공기 중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멸되는 엘리베이터, 손을 가까이 대기만 해도 버튼이 눌리는 엘리베이터, 건물 입주자의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목적지 층에 내려주는 엘리베이터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맞춤 엘리베이터가 속속 등장하면서다. 

1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1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에서는 국내외 101개 승강기 관련 업체들이 참석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융합된 다양한 승강기 관련 신제품을 소개했다.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대한승강기협회, 경연전람이 공동주관한다.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는 격년으로 개최되는 정기 행사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해 9월 예정된 일정이 1년 연기됐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올해는 다양한 신기술이 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감안해 개발된 신기술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엘리베이터가 ‘공기청정 바이러스 안심존’···코로나 바이러스 99.9% 사멸

친환경 솔루션 기업인 애니텍은 엘리베이터를 ‘공기청정 바이러스 안심 공간’으로 구축하는 공기정화청정시스템을 개발해 이번 엑스포에서 처음으로 시연했다. 이 시스템에는 UVC-LED 기술이 접목돼 가동 시 2~10초 사이에 공기 중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99.9% 사멸한다.

해당 기술은 애니텍이 한국형 그린뉴딜 정책의 연구개발(R&D) 국책 과제를 통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공동 개발했으며 이후 애니텍이 기술 이전을 완료했다. 전문 시험 기관을 통해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기술을 시험하고 공인 시험성적서도 확보했다. 

애니텍의 공기정화청정시스템은 엘리베이터 상부 혹은 내부에 설치된 장치를 통해 최대 0.3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먼지도 제거한다. 행사장 내 애니텍 부스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서는 모형 엘리베이터 안에 연무를 집어넣어 초미세먼지가 약 30초 내에 사라지는 모습을 관람객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강동훈 애니텍 이사는 “엘리베이터는 3밀(밀폐‧밀접‧밀집) 공간으로 꼽힌다”며 “애니텍 공기정화청정시스템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초미세먼지를 동시에 사멸시키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이용자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14일 ‘2021 한국국제승강기 엑스포’에 선보인 행선층 예약 시스템. 엘리베이터 버튼을 접촉하지 않아도 목적지 층을 지정할 수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gold@]


현대엘리베이터는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신체 접촉 없이 엘리베이터 호출이 가능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적외선 센서 기술을 적용해 버튼을 누르지 않고 목적 층을 입력할 수 있는 ‘에어터치’, 손 동작만으로 인식 가능한 ‘모션 콜 버튼’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기존에 운영 중인 엘리베이터에 해당 센서만 따로 설치 가능하도록 범용성도 높였다.

또한 안면 인식 기능을 적용해 이용자가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이나 목적지 층수를 따로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입주자가 얼굴을 인식하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열리고 탑승 시 입주자가 사전에 지정해 놓은 층에 멈추게 된다”며 “입주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층수가 노출되는 데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기술 이외에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신기술이 이번 엑스포에 대거 전시됐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IoT 기반의 디지털 유지관리 솔루션을 적용한 엘리베이터 플랫폼 ‘오티스 젠3’을 선보였다. 건물 관리자는 해당 플랫폼을 통해 엘리베이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고장을 예방하거나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다.

홍림교역의 엘리베이터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홍림이 선보인 ‘엘리베이터 와이어로프 장력 및 하중 측정 장비’는 승강기를 지탱하는 로프의 결함 상태를 PC나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다. 홍림 관계자는 “IoT 기술로 장비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사고 위험을 방지 효과가 있다”고 했다.
 

류희인 대한승강기협회 회장이 취재진에게 국내 승강기 업계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 제공]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에서는 승강기 시장의 현재와 미래, 첨단 기술 등을 두루 체험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승강기 관련 국내 중소기업들의 판로가 확대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류희인 대한승강기협회 회장은 “국내에는 약 76만여대의 승강기가 설치돼 있으며 이는 전 세계 7위 규모에 해당한다”면서 “매년 신규 설치되는 승강기를 기준으로 하면 중국, 인도에 이어 한국이 3위다. 앞으로 국내 승강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비중이 전체 시장의 85%를 차지하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이 성장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업체들이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엘리베이터 산업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 국내 중소기업은 물론 국내 승강기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강진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5층 규격의 엘리베이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시장 평준화가 됐지만, 수요자들은 여전히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기업‧외국계 제품을 찾는다”며 ”대기업은 주로 완제품을 생산하기 보다 중국에서 부품이나 설비를 들여오기 때문에 국내 산업 생태계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산업 진흥 차원에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판로 개척 등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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