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하락세가 장기화되며 개인투자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14일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각각 심리적 마지노선인 40만원과 12만원이 장 중 붕괴됐고, 개미들은 "이제 추락이라는 수식어도 아깝다"는 심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촉발한 하락세로 인해 당분간 반등을 전망하기 힘들다"며 일부 현금화 전략까지 내놓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0.40%(500원) 내린 12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장 중 한때는 11만8000원으로 떨어지며 '12층'이 붕괴되기도 했다. 카카오 주가가 11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일부터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일주일 새 20조원 이상 증발했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네이버는 73조150억원에서 66조1160억원으로, 카카오는 68조4848억원에서 55조1790억원으로 급락했다. 합산 시가총액이 141조4998억원에서 121조2950억원으로 20조2048억원 증발한 셈이다.
이들 플랫폼 기업의 주가가 약세는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촉발했다. 지난 7일 금융당국은 플랫폼 기업이 자사 앱을 통해 펀드나 보험 등 금융상품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광고가 아닌 중개 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카카오페이는 일부 보험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오는 29~30일로 예정됐던 기업공개(IPO) 일정도 연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7일 토론회를 열고 카카오에 대해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또 국회에서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잇달아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의 행태를 규탄하는 자료를 배포하는 중이다. 당장 14일에도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카카오와 네이버의 기업결합신청을 모두 승인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국과 정치권이 앞다퉈 플랫폼 기업을 타격하자, 카카오는 급하게 수습을 시작했다. 카카오는 이날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소유한 투자전문업체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철수 사업은 꽃·간식 배달 등이다. 추가금을 지불해 택시 호출 시간을 단축시키는 카카오택시의 '스마트 호출' 기능도 폐지를 결정했다.
카카오가 발표한 상생안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상생안 발표 이전까지 11만원대에서 고전하던 주가가 상승안 발표 직후 12만6000원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 마감하긴 했지만 끝없는 하락세에 일단 제동은 건 셈이다.
문제는 이날 카카오의 상생안이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플랫폼 기업의 주가를 높이던 요소가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는 무한한 확장성'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로 인해 카카오와 네이버가 확장성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신사업 전개를 통한 신규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하면서 주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들 종목에 대해 섣부른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단기간 내에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다만 네이버는 카카오와 달리 규제 리스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나 네이버의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규제 기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 동안 플랫폼 기업을 지적하는 발언이 더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두 기업에 대한 신규 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 주주들도 자금이 묶여 있는 기간 동안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일부를 현금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을 바탕으로 우상향할 수 있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금융 규제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며 "핀테크 매출 타격은 5% 미만이고, 사업구조적으로 골목상권과 관령성이 낮다. 현재 주가가 저점매수에 나설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