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1보] 바이든-시진핑, 7개월만 통화...미·중 관계 개선 물꼬 트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개월여 만에 통화 회담을 진행했다.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진행된 양국 정상 대화 소식으로 미·중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중 정상 7개월 만에 '깜짝' 통화

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은 각각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사실을 알렸다. 미국 동부 시간과 중국 시간으로 각각 9일 밤과 10일 오전이다.

이날 양국 정상의 통화 회담은 7개월여 만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두 정상은 지난 2월 약 2시간 동안 통화 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회담은 약 90분 동안 진행됐으며, 양국의 경쟁·협력 방안과 관련한 광범위한 주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짧은 성명서를 통해 "두 정상이 양국의 이해관계가 수렴하거나, 이익과 가치·관점이 서로 다른 영역에 대해서 광범위한 전략 토론을 진행했다"면서 "두 정상은 이들 두 가지 영역의 문제에 대해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이어 이날 논의가 과거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했던 대로 "양국의 (체제)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양국의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데 대해 두 정상이 뜻을 같이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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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등을 상대로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사이의 체제 경쟁을 선언한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국제 관계 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해외망은 이날 "양국 정상이 미·중 관계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고 심층적인 소통·교류를 했다"면서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세계) 최대 선진국인 미국의 양국 관계에 따라 세계의 미래와 운명이 달렸다"고 강조한 시 주석의 발언을 전했다.

시 주석은 통화 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지적하며 "미·중 관계를 서둘러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올바른 궤도에 올려놔 양국과 세계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매체는 이날 시 주석이 기후변화 대응과 코로나19 방역 등의 문제를 언급했다고도 짚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친환경·저탄소 발전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서로의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고 이견을 적절하게 처리함으로써, 양국이 기후변화와 전염병 방역 등의 문제에 대한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통화 배경에 이목 쏠려...정상 간 '소통 채널' 재가동에 비중

이날 두 정상의 통화 회담 일정과 배경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탓에, 각국 외신들은 이날 회담의 내용과 향후 불러올 파장에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특히 양국의 관계가 최근 급격히 냉각하며 각종 현안에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어, 이날 두 정상이 어떤 주제를 논의했을지에 대한 추측이 난립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문제는 탈레반 세력의 아프가니스탄 통치권 인정, 코로나19 사태 대응, 10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1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의 국제 현안과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이다.

외신은 누가 먼저 통화를 제안했는지도 주목했다. 영국 BBC는 백악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통화 회담을 직접 제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측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를 통해 양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했으나, 중국 측의 협조 상황이 여의치 않자 '분노한'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 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프랑스 계열 통신사 AFP의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미국뿐 아니라 양국 모두 내부에서 외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상 간 직접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했다는 것이다.

AFP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두 정상의 대화는 과거의 경험을 공유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서 "어떤 종류의 획기적인 합의를 찾기 위한 대화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양국 정상 간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열어둠으로써 차가운 양국 관계 상황을 완화해 최종적으로 '안정적인 상황(a steady state)'에 이르게 하는 것이 이날 통화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다만, 매체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목록은 이미 충분히 길고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기후위기 대응 문제는 두 강대국이 협력하고 최소한 입장을 서로 조정해야 하는 분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