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반도체 야욕이 미국에서 대서양을 넘어 유럽까지 확장하고 있다.
10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은 최대 800억 유로(약 1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유럽에 새 반도체 공장 2개를 세울 계획이다. 관련 계획은 인텔 측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이후 사실로 인정했다.
겔싱어 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모터쇼 'IAA 2021'에서 "반도체 수요가 계속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대담하고 커다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공급 부족의 최대 피해자인 자동차 업계를 위해 아일랜드 공장의 제조 역량을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감산을 선언하고, 도요타도 이달 전 세계 생산량을 40% 감축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겔싱어 CEO는 2020년대 말까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두 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프리미엄 자동차의 경우 재료비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9년 4%에서 향후 2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텔의 대규모 유럽 투자 계획은 지난 3월 20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2곳을 신설하고 35억 달러를 투자해 뉴멕시코주 공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지 반년 만이다.
겔싱어 CEO는 ‘반도체 왕국 인텔’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올해 들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진출도 선언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정상들과 잇달아 만나 각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한 로비에 나서는 등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팻 겔싱어 CEO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파운드리 시장 확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며 “종합 반도체 회사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앞으로도 그는 대규모 투자와 협력을 진행, 전 세계 곳곳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올해 삼성전자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각각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인텔도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 역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취업제한'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을 고려, 이번 추석 연휴 대외 행보를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등 해외 출장을 점치기도 했으나 국내에 머물며 향후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CEO는 대서양을 오가며 반도체 영역을 확장하는 반면, 이 부회장의 운신 폭은 쉽사리 넓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복귀 이후 240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지만, 총수가 여전히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