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5메가와트(MW) 원자로를 재가동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한·미는 연일 '북한 달래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으로 중재안을 찾기가 어려워진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며 오히려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핵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고, 기존의 '조건 없는 대화'라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북한이 '영변 핵 카드'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미 중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특파원 간담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진전을 이루기 위해 창의적이며 유연하고 열린 자세를 확고히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개최된 '남북대화 50년 기념식'을 통해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며 "북측이 호응해온다면 언제라도, 어떤 곳에서든, 어떤 주제를 가지고도 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문을 열어두고 있고 분명히 우리 채널을 통해 (북한에) 접촉했다"며 "어떤 전제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제안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 된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지만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노 본부장은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를 선결과제로 다뤄나가고자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성 김 대북특별대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등을 만나 북핵 문제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북한은 국제사회가 위성을 통해 실시간 정밀 감시하고 있는 영변 5MW 원자로에서 열기와 증기를 방출했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핵시설을 재가동한 것을 두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겠다는 전략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실제 핵시설 재가동에 들어갔다면 2018년 12월 이후 2년 반 만에 '영변 카드'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앞서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핵 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북제재 해제와 맞바꾸려고 했지만 결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