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택시를 탔을 때 '어디 어디로 가주세요' 해야 기분이 좋을지 한번 상상을 해보라는거지."
최근 종영한 드라마에서 '저평가된 아파트값을 정상화하기 위해' 아파트 명칭을 바꾸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다.
실제 일부 단지 입주민들은 집값을 높이기 위해 아파트 이름을 바꾸고 있다. 아파트 시세에 이름값이 작용하고 아리팍(아크로리버파크),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이름을 날린 단지들이 지역 일대 대장 아파트로 군림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7년 준공된 서울 마포 아현동 ‘아현 아이파크’는 최근 단지명을 ‘마포 센트럴 아이파크’로 바꿨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e편한세상신촌, 신촌푸르지오에 이어 단지명에서 ‘아현’을 뗀 4번째 아파트다. 아파트단지 명칭변경은 소유주 75% 이상 동의를 얻어 지자체에 신고한 뒤 승인을 받으면 된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단지 가치 상승을 위해 달동네 이미지가 강한 ‘아현’ 대신 신흥부촌으로 떠오르는 ‘마포’로 명칭을 바꾼 것”이라며 "'센트럴'을 더해 입지적 강점을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아현뉴타운 일대 아파트들이 아현동 색채를 지우기 시작한 것은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부터다. 아현뉴타운 3구역 조합(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은 지난 2015년 입주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남자,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에서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로 이름을 바꾸고 미분양 판매에 열을 올렸다. 이후 서대문 북아현동 ‘북아현 이편한세상’은 ‘e편한세상신촌’으로, ‘아현역푸르지오’가 ‘신촌푸르지오’로 이름을 바꿨다.
집값에 불이 붙은 경기도에서도 단지명 변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GTX 노선 예정지 등 역세권 단지들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단지명에 역 이름을 넣는 추세다.
경기 안양 동안구 평촌동에 있는 ‘(평촌) 삼성래미안’은 ‘인덕원삼성래미안’으로 이름 변경을 추진 중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GTX-C 노선 인덕원역 확정 등 트리플 역세권 형성으로 '인덕원'의 지명도가 높아지고 경기 남부 교통의 요지로 부각되고 있어 아파트 가치 상승을 위해 아파트 공식 명칭에 인덕원을 추가하고자 한다"고 주민공고를 했다.
수원 화서역 일대는 단지명에 역 이름을 끼워 넣고 있다. ‘꽃뫼노을마을 한국아파트’는 ‘화서역파크뷰’로, ‘영남우방한솔아파트’는 '화서역 우방센트럴파크'로, ‘두견마을현대벽산아파트’는 '화서역 현대벽산'으로 이름을 바꾼다.
단지명 변경은 아파트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가파른 집값 상승세에 사는 곳이 경제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시세 대비 저렴하게 분양하는 공공주택이 ‘값 싸고 질 나쁜 아파트’라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입주민을 비하하는 ‘엘사(LH사는 사람)’, ‘휴거(휴먼시아 거지)’ 같은 신조어가 나온 게 단적인 사례다. 이로 인해 신혼희망타운 입주 예정자들은 단지명에 신혼희망타운이나 LH로고를 쓰지 말아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이에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혼희망타운에서 LH 로고 삭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