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2금융권 의존 현상 심화…금리 인상에 ‘엎친 데 덮친 격’

2021-08-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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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문턱 높이자 2금융권 의존도 심화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엎친데 덮친격'

 

중소기업들의 2금융권 의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 급증세를 우려해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인 탓이다. 이후 신용이 낮은 수요자들이 2금융권에 몰리며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저축은행들도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기 입장에선, 기준금리도 15개월 만에 올라간 상황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업계에선 중기의 최소 경영환경을 보장할 만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 저축은행 대출 의존도 커진다

30일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2분기 말 중기 대출 잔액은 49조422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43조8065억원에서 반년 새 5조6160억원이나 불어난 셈이다. 이는 전년 동기의 증가 폭(2조3005억원)을 두 배 이상 상회한다. 이로써 저축은행은 최초의 중기 대출 ‘50조원’ 시대를 코앞에 두게 됐다, 전체 기업자금 대출 중 중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95% 이상까지 확대됐다.

중기의 저축은행 의존 현상은 최근 들어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는 매달 평균 6~7000억원 수준의 증가 폭을 유지했지만, 지난달엔 2조601억원이 한달 만에 늘어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1~6월 전체 증가액 중 차지하는 비중도 37%에 이른다.

여기에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대한 전방위적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게 영향을 미쳤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대출 폭증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이후 대출 실수요 중 상당수가 저축은행으로 몰렸고, 이에 따른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중기 담보대출 평균금리는 5~10%로, 시중은행(2~4%)보다 2배 이상 높다.

하반기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에도 대출 태도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이 조사한 저축은행의 대출 태도는 2분기 –9에서 3분기 –12까지 떨어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하반기에는 중기 대출 심사 강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외에도 전반적인 대출 기조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 “금리 오르고, 대출 막히고, 사업 악화” 3중고

이 와중에 한은의 금리 인상(연 0.5%→0.75%)까지 가시화돼 중기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대출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더욱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금리는 오르고, 대출은 막히고, 사업은 악화하는 그야말로 3중고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이후 중기 빚의 양과 질이 모두 나빠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 2금융권 대출마저 막히면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업체가 상당수라는 게 근거다.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다시 불법 사채 시장으로 이어지는 연쇄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제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월 말 종료되는 대출만기연장의 추가 연장 요청이 대표적이다. 앞서 중기 10곳 중 약 9곳은 “9월 말 대출만기연장 종료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 기업경영이 힘들다”고 답했다.

이외에 취약기업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할 실효성 높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 10명 중 4명은 소득의 4배를 넘어서는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다중채무자가 많은 특성까지 더하면 부실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올렸을 때 정상 기업보다 취약기업의 피해 부담이 더 커지는 게 문제"라며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정책대응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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