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저축은행 대출 의존도 커진다
30일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2분기 말 중기 대출 잔액은 49조422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43조8065억원에서 반년 새 5조6160억원이나 불어난 셈이다. 이는 전년 동기의 증가 폭(2조3005억원)을 두 배 이상 상회한다. 이로써 저축은행은 최초의 중기 대출 ‘50조원’ 시대를 코앞에 두게 됐다, 전체 기업자금 대출 중 중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95% 이상까지 확대됐다.
중기의 저축은행 의존 현상은 최근 들어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는 매달 평균 6~7000억원 수준의 증가 폭을 유지했지만, 지난달엔 2조601억원이 한달 만에 늘어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1~6월 전체 증가액 중 차지하는 비중도 37%에 이른다.
하반기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에도 대출 태도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이 조사한 저축은행의 대출 태도는 2분기 –9에서 3분기 –12까지 떨어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하반기에는 중기 대출 심사 강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외에도 전반적인 대출 기조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 “금리 오르고, 대출 막히고, 사업 악화” 3중고
이 와중에 한은의 금리 인상(연 0.5%→0.75%)까지 가시화돼 중기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대출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더욱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금리는 오르고, 대출은 막히고, 사업은 악화하는 그야말로 3중고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이후 중기 빚의 양과 질이 모두 나빠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 2금융권 대출마저 막히면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업체가 상당수라는 게 근거다.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다시 불법 사채 시장으로 이어지는 연쇄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제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월 말 종료되는 대출만기연장의 추가 연장 요청이 대표적이다. 앞서 중기 10곳 중 약 9곳은 “9월 말 대출만기연장 종료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 기업경영이 힘들다”고 답했다.
이외에 취약기업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할 실효성 높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 10명 중 4명은 소득의 4배를 넘어서는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다중채무자가 많은 특성까지 더하면 부실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올렸을 때 정상 기업보다 취약기업의 피해 부담이 더 커지는 게 문제"라며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정책대응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