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2번을 포함해 모두 14차례 범죄를 저질렀던 강모 씨가 출소 3개월 만에 전자발찌를 찬 채로 지인인 여성을 살해하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이후에도 약 39시간 동안 활보하며 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법무부와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지만, 강 씨의 참혹한 범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현행법상 전자발찌가 훼손되거나 특이 동향이 감지될 경우에만 법무부와 경찰이 추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 인권에 외면된 피해자 인권', '전자발찌 무용론' 등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경 강 씨는 승용차를 타고 서울송파경찰서로 들어섰다. 강 씨가 타고 온 차량에는 도주 과정에서 살해한 여성의 시신이 들어있었다. 강 씨가 27일 오후 5시 31분경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길거리에서 공업용 절단기를 이용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지 약 39시간 만이었다.
경찰은 강 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던 지난 27일 강 씨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대로 발 길을 돌렸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수색 영장도 신청하지 않아 애초 강 씨 집 문을 강제로 열고 수색할 수 없었다. 강 씨가 자백하기 전까지 경찰이 범행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강 씨의 집에 피해자의 시신이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한 예외적인 관리감독 기능을 경찰에게 주자는 주장이 계속됐으나 인권을 이유로 결국 무산됐다"며 "누가 위험한지 뻔히 알면서 국가가 강제권을 전혀 집행하지 않는 호사스러운 인권 옹호적 정책으로 여자 두 명만 죽음을 당했다"고 현 제도의 한계를 꼬집었다.
◆1대 1 전담인력 19명 불과...주거지 인근 범죄에 무용지물
법무부에 따르면 강씨는 전자감독대상자 분류에서 1대1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때문에 도주 전 전자발찌를 찬 채 저지른 범행은 경찰에 즉각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법무부에서도 범행 사실을 바로 알지 못했다. 관리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법무부는 즉각적이면서도 세밀한 관리가 안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부족한 인력을 문제 삼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전자감독대상자는 7월까지 8166명이다. 상반기 집계임에도 작년 한 해 6044명 대비 2122명 증가했다. 반면 법무부 전자감독 인력은 281명이다. 올해 기준으로 법무부 직원 1명 당 전자감독대상자 29명 이상을 맡고 있는 셈이다. 특히 1대 1 전담인력은 19명에 불과하다.
전자발찌 훼손도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8년 23명, 2019년 21명, 2020년 13명, 그리고 올해 역시 7월까지 총 11명이 전자발찌를 훼손했다. 훼손 후 도주한 이들 중 2명은 현재까지 검거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자발찌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전자발찌는 24시간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지만, 주거지나 주거지 인근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 예방에 한계가 있다. 전자발찌가 훼손되거나 특이 동향이 감지될 경우에만 당국이 추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부터 시행된 사법경찰법 개정안에 따라 보호관찰소 소속 공무원이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보호관찰소에 수사 권한을 줘 돌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인력 부족 등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법무부 측은 "보호관찰소 소속 사법경찰관은 체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고 검찰 송치 전 범죄 구성 요건을 수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명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자감독 대상자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 역시 "피해자 유족들에게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현장 경찰관들이 적극적인 경찰권 행사를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경찰관 직무 집행 범위가 협소한데, 경찰청과 협의해 제도적 검토를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경찰은 이날 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