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인 공간과 클래식 음악의 선율, 화려한 예술작품들.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아니다. 외식 매장이 갤러리로 변신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문화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아트슈머’가 늘어나면서다.
외식업계는 아트슈머를 잡기 위한 행보에 한창이다.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거나 인테리어 브랜드와 맞손을 잡고 디자인적 요소를 향상 시킨 매장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외식 매장 갤러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대로 중심에 플래그십 스토어 ‘던킨 라이브’를 열었다.
매장 인테리어에는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앤디 헤스(Andee Hess)’가 참여했다. 도넛의 기본 형태인 원형을 모티브로 탄생한 유연한 곡선 라인이 특징이다. 던킨의 대표 색상인 오렌지, 마젠타, 우드톤이 조화를 이룬다.
그래픽 아티스트 그룹 ‘패턴 피플’도 실내 디자인 작업에 가세했다. ‘뮤럴(mural·벽화) 인테리어’를 매장 벽면에 적용해 세련미를 더했다. 정면에는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디지털 메뉴 보드를 비치했다.
매장에 들어서면 뉴욕과 서울 등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김재용 작가의 대표 작품 ‘엑스엑스엘 도넛(XXL Donut)’이 시선을 끈다.
아트 협업 매장인 만큼 작가의 유명 작품 ‘아트 도넛’을 형상화한 제품인 ‘자이언트 아트 베어 도넛’을 매일 한정으로 판매한다.
던킨 라이브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는 ‘미식 노마드족’을 겨냥한 제품도 선보인다.
도넛의 경우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도넛의 맛’이라는 콘셉트를 적용했다. 매장 내 오픈 키친 형태의 ‘라이브 키친’에서 ‘오렌지 크루(셰프)’가 도넛을 직접 만든다.
대표 메뉴는 매장에서 갓 만든 신선한 ‘수제 고메 도넛’이다. 흑임자를 활용한 강남꽈배기 373, 서초꽈배기 1328도 던킨 라이브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허니 메이플 치킨, 내쉬빌 버거 등 치킨과 베이커리를 접목한 ‘던치킨’ 푸드 라인업도 마련했다. 최고급 파나마 게이샤 원두를 사용한 커피도 판매한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달 말 첫 번째 플래그쉽 스토어 ‘배스킨라빈스 파르나스몰점’을 오픈했다.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배스킨라빈스 파르나스몰점은 미국 유명 인테리어 디자인 브랜드 오스모스(OSMOSE)사와 협업했다.
배스킨라빈스의 시그니처 컬러 핑크와 우드톤을 활용했다. 우아한 라인과 기하학적 디자인의 아르데코 스타일을 배스킨라빈스만의 콘셉트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중앙에 위치한 디지털 메뉴보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4면을 크게 감싸는 디스플레이가 거대한 규모감을 준다. 아이스크림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퍼레이드를 펼치는 생동감 넘치는 풀 3D 애니메이션 등을 볼 수 있다.
파르나스몰점에서만 판매되는 이색적인 메뉴도 있다. 먼저 100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맛 볼 수 있다. 트렌드를 반영한 오가닉 및 저칼로리 제품들도 판매 중이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제품과 배스킨라빈스가 이달의 맛으로 선보였던 히트 상품도 만나볼 수 있다. 사전 주문으로 맛과 디자인을 고를 수 있는 ‘커스텀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있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향후 부산 등 주요 거점 도시 중심으로 100가지 맛 플래그쉽 모델 확산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카페, ‘감성’ 품은 갤러리로
롯데GRS는 20일 공간·예술·친환경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갤러리 콘셉트를 접목한 엘리먼트(A'lement) 스토어를 개장했다.
엘리먼트 스토어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1층 럭셔리 명품(D Avenuel) 중앙부에 위치했다. 전체 면적 88평 규모에 62석과 갤러리 및 친환경 MD 전시 존으로 구성됐다.
롯데GRS는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와 함께 내부 공간 설계 작업을 공동 기획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이용 고객들의 입장에서 퇴장까지의 동선에 맞춰 입장 시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친환경 MD 존에 이어 전시 공간으로 이어지는 동선으로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경험을 느낄 수 있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엘리먼트 스토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구성했다. 누텔라 라떼, 번트치즈 라떼 2종과 프랑스식 디저트 마들렌으로 유명한 ‘메종엠오’(MAISON M.O)의 대표 디저트 메뉴 휘낭시에와 마들렌 4종 등 총 11종의 디저트 메뉴다.
엘리먼트 스토어는 스토어 정중앙의 전시 존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첫 전시 작가로는 2006년 한국 정착 이후 전통 도자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항아리 시리즈를 발표한 유리공예 작가 안나리사의 유리공예 작품 기획전을 오는 10월까지 운영한다. 향후 2개월마다 새로운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제44기 갤러리탐(Gallary耽)을 오픈하고 오는 10월 4일까지 수도권 8개 매장과 온라인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갤러리탐은 탐앤탐스가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국내 신진·청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신진 작가들에게 탐앤탐스 주요 매장을 단독 전시 공간으로 제공한다. 고객들은 탐앤탐스 메뉴를 즐기면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블랙 압구정점에서는 한진하 작가의 ‘선과 선이 아닌 것’, 블랙 청담점에서는 정현희 작가의 ‘커넥션’, 역삼 2호점에서는 홍가람 작가의 ‘써머 어게인’ 등이 전시된다. 구의동 블랙 그레이트점에서는 과거 갤러리탐을 통해 멋진 작품을 선보였던 임정아 작가의 앵콜전도 진행된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청년 예술가들의 설 자리가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