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벤처붐을 뛰어넘는 '제2벤처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글로벌 벤처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6일 관계부처와 함께 ’글로벌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벤처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벤처생태계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발굴·개선해 제2벤처붐에 대한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기획됐다.
현장의 목소리가 대거 담긴 이번 벤처보완대책은 △벤처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민관 협력을 통한 벤처투자 시장 확대 △인수합병(M&A) 등 크게 3대 전략으로 나뉘며 31개 세부 추진과제로 구성된다.
먼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를 개편한다. 스톡옵션의 부여대상 등 발행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세금납부 부담을 덜기 위해 비과세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또 시가 이하로 발행하는 스톡옵션에도 행사할 때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처분 시에 양도소득세 납부를 선택할 수 있는 과세특례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벤처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벤처특별법 일몰기한(현재 2027년) 폐지를 포함한 전면개정안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기술보증의 최고한도도 100억원에서 200억원까지 상향해 기술력 있는 유망 벤처기업을 적극 지원한다. 이외에도 연내 ‘글로벌 벤처펀드’ 1조원을 추가 조성, 해외 벤처투자자와의 교류 기회 확대, 탄소 가치평가에 기반한 기후대응보증 신설, 모태펀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심사체계 시범 도입 등을 활용해 ESG 선도 벤처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민간 벤처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도 적극 나선다. ‘우선손실충당’ 인센티브를 모태·자펀드 전 분야로 확대하고, 모태펀드 수령 초과수익의 최대 30%까지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 벤처펀드에 산업재산권 현물출자를 허용하는 등 벤처투자 참여 통로를 넓히고 대·중견기업의 벤처투자 및 벤처펀드 출자에 대한 동반성장지수 가점 기준도 상향 조정한다. 글로벌 벤처로 성장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식 벤처펀드 지배구조 도입, 해외 벤처자본의 유입을 촉진하고 펀드운용 책임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창업투자회사(창투사)가 펀드운용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법인격 없는 벤처펀드를 법인격 있는 주식·합자회사로도 설립할 수 있도록 벤처투자법을 개정한다. 이외에도 △창업초기펀드 1조원 조성 △모태펀드 출자시 운용사의 3년 내 초기창업 투자실적을 평가에 반영 △창업기획자 부가가치세 면제 등을 지원한다.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업공개 위주던 회수 수단도 인수합병, 구주매각 등으로 넓혀나간다. 이를 위해 최대 200억원의 기술혁신 인수합병 보증을 신설하고, 인수합병 벤처펀드를 2배로 확대(1000억→2000억원)해 기업의 인수자금 마련을 돕는다. 인수합병 벤처펀드의 경우, 상장법인 투자제한을 폐지하고,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시 피인수기업 대주주 등의 출자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창투사·벤처펀드가 벤처기업 인수합병 시 기업결합 신고의무 면제범위 확대도 추진한다. 인수합병 세제혜택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발표한 대로 주식교환형 벤처기업의 전략적 제휴·기술혁신형 인수합병에 대한 과세특례 일몰기한을 각각 2023년, 2024년까지 연장하고 기술혁신형 인수합병은 세액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수자금이 부족한 창업기업들이 주식교환형 제휴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전략적 제휴 과세특례 대상에 ‘창업 후 3년 내 우수 기술기업’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도도 개선한다. SPAC 합병 시 피합병법인이 소멸돼 사업상 불편을 초래했던 현행 절차를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소멸합병에 대한 과세이연 특례도 추가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가 IPO 이전에 추후 결정되는 공모가격으로 공모주식 일부를 장기투자하기로 확정하고, 그 대가로 공모주식을 배정받는 투자계약 제도인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도 올해 하반기에 도입을 추진한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많은 선배 벤처인들의 도전과 노력이 있었던 ‘제1벤처붐’의 토양에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제2벤처붐’을 만들어내면서, 오늘날 창업·벤처기업은 대한민국의 고용버팀목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며 “이번에 마련한 '글로벌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벤처보완대책'을 힘차게 추진해 벤처생태계에 인재와 자금이 몰려들어 케이(K)-벤처가 새로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벤처·스타트업계는 스톡옵션 제도 개선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M&A 활성화 방안·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입장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이번 보완대책 중 스톡옵션 관련해서는 스타트업계에서 오랜 기간 요구했던 부분이 반영된 것 같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되는 ‘규제의 혁신’ 부분에서는 크게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국내 벤처·스타트업 중 1년에 상장하는 기업은 50개 정도로 전체 시장의 10%정도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톡옵션 제도를 개선했다는 게 반길 일인지 의문”이라며 “일부가 아닌 벤처생태계 전체 시장에 대해 이해하고 지원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특히 M&A 보완대책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결국 상장하지 않은 국내 벤처·스타트업 대부분은 M&A를 통한 엑시트(자금회수)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삼성, 카카오, 네이버 같은 대기업들과 뭉쳐 회사를 팔고 다시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정작 이런 과정을 촉진할 만한 인센티브에 관련된 지원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