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파트 분양가가 서울 다음으로 비싸다고?

2021-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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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기준 3.3㎡당 2757만원…전년 동월 대비 80% 올라

제주 아파트값 올해 들어 7월까지 10.97% 상승

비규제에 공급 씨 말라…"배짱 가격에도 팔려"

제주도 일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수년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던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올해 다시 들썩이면서,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 다음으로 분양가가 가장 비쌀 정도다.

제주의 강남으로 통하는 노형동이나 연동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아파트 공급의 씨가 마른 영향이 크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은다. 건설사가 터무니없는 높은 분양가를 제시하더라도 팔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제주도의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2757만원으로 전년 동월 1533만8000원 대비 80%가량 올랐다.
 
분양가, 제주가 서울 다음으로 비싸다고?
서울이 3.3㎡당 3039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가격이 높았고 이어 제주도였다. 전국 평균 분양가는 3.3㎡당 1399만원,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분양가가 1964만원 수준으로, 제주도 분양가가 월등히 높다.

제주 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아파트 시도별 변동률을 보면 제주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7월까지 10.97%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15.65%), 경기(14.17%)에 이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세 번째로 높았다. 특히 5월과 6월에 각각 2.02%, 3.09% 오르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제주 현지 중개업소 대표들은 외지인들의 매수세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 노형동 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노형동 일대 아파트값은 대충 셈을 해봐도 기본 2억원 이상 올랐다”며 “외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갭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지인 자산가가 아파트를 구입한 뒤 집을 수리해서 매매가보다 비싸게 전세를 내놓는 사례가 많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상승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 외지인이 제주 아파트를 매입한 비율은 2017년 23.1%, 2018년 17.8%, 2019년 15.7%, 2020년 19%, 올해 1~6월 24.45%로 늘었다.

제주지역 아파트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한한령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하락장이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올랐고 대출도 수월하다”면서 외지인들의 투자가 몰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형동 노형이편한세상 전용 163㎡는 12억4500만원(7월 26일 계약)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전 신고가는 11억5000만원(5월 25일 계약)으로 두 달여 만에 1억원가량 올랐다. 노형동 한화 전용 108㎡는 9억9800만원(7월 11일 계약)에 팔리며 이전 신고가 8억5000만원(지난해 12월 24일) 대비 1억5000만원가량 뛰었다. 노형동 현대아이파크 전용 84㎡는 8억7000만원(7월 14일 계약)에 신고가를 썼다.

이도2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59.3㎡는 8억3000만원(6월 3일)에 거래되며 지난해 12월 팔린 5억7000만원 대비  2억6000만원이 올랐다.
 
비규제에 공급도 메말라 “배짱 분양가에도 팔려”
현지에서는 올해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가가 비싸도 너무 비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4월 옛 대한항공 사옥 자리에서 들어서는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 분양가는 3.3㎡당 평균 275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의 최고 분양가는 9억4830만원(전용 84㎡)과 15억6410만원(154㎡)으로 제주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분양 당시 제주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제주도 거주자만 청약이 가능(제주도 1년 이상 거주자에 우선 공급)하기 때문에 높은 청약 경쟁률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었다. 하지만 1순위 청약에서 204가구 모집에 2802명이 몰리며 13.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구축으로 외지인들이 몰리는 것은 물론이고 분양 아파트도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오는 것은 제주도가 비규제지역이기 때문”이라며 “대출규제도 없고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니 우선 넣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희소한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상당했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연동이나 노형동에는 이제 빈 땅이 없다”며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를 사려면 3~4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공급이 메말랐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건설사가 토지를 사서 자신들 입맛에 맞는 높은 가격에 분양하더라도 누가 됐든 덤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구축도 10억원을 넘긴 상황에서 이왕이면 브랜드 대단지를 사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가통계포털 코시스(KOSIS)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제주의 분양물량은 284가구가 전부다.
 
제주도는 “허그가...” 허그는 “지자체가...”
제주도는 최근 허그에 고분양가가 형성되는 특정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거나, 분양보증서 발급 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요청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허그와 협의를 했다”며 “향후 신규 아파트의 심사요청이 들어오면 허그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준하는 수준으로 심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에는 회사 신인도만 보고 보증을 내줬다면 앞으로는 주변 시세 등과의 비교를 통해 까다롭게 승인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허그는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그 관계자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주위 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경우 영업 부서장 판단하에 고분양가 심사를 요청하도록 예외적으로 열어놓은 규정이 있다”며 “만약 제주도에서 관련 요청이 들어오면 사업장이 주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등을 보고 고분양가 심사 판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입주자모집공고를 승인할 때 분양가가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며 “지자체에서 분양가를 낮추도록 한 사례가 있는 등 분양가를 결정하는 것은 지자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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