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그룹이 패션가뿐 아니라 재계 전체적으로도 이례적으로 증권사에 1500억원대 국고채를 꿔주며 추가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세그룹의 의류업체인 한세실업은 NH투자증권에 가지고 있던 1500억원 규모 국고채를 빌려줬다. 대여일은 이달 11일이었고, 대여액은 자기자본 대비 36%에 가까웠다.
요즘은 국고채 금리 하락(국고채 가격 상승)으로 초과 수익을 내기에 유리한 상황이기도 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7월 말 기준 연 1.417%로 전월 대비 0.03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5년짜리와 10년짜리도 각각 0.101%포인트, 0.218%포인트 내렸다. 코로나19 4차 확산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세실업은 주로 부동산 자산을 선호하는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높은 금융 자산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기준 현금ㆍ현금성 자산(882억원)을 제외한 금융 자산 규모만 5000억원에 육박했다. 투자 부동산 자산은 100억원도 안 됐다. 이에 비해 비슷한 의류업체인 영원무역이나 화승엔프라이즈를 보면 투자 부동산 규모가 많게는 2000억원에 가까웠다.
한세그룹은 2016년부터 투자 전문가를 영입해 회사 자산을 직접 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는 한세실업도 여유자금을 외부 전문가에 맡겨 운용했었다.
현재는 한세그룹 지주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 가치경영팀에서 여유자금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가치경영팀장은 조시형 전 두나무 투자일임전략기획팀장이다. 그는 교보증권과 유진투자증권에서도 채권 영업을 맡았고, 현대인베스트먼트에서는 특별자산ㆍ구조화ㆍ인프라펀드를 관리ㆍ운용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로 자리를 옮긴 시기는 올해 3월이다.
이뿐 아니라 한세예스24홀딩스는 사외이사로도 투자 전문가를 두고 있다. 이찬근 전 하나IB증권 대표가 바로 한세예스24홀딩스 사외이사다. 그는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BRV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와 KB국민은행 기업금융 부행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을 봐도 한세실업처럼 직접 수천억원대 국고채를 굴리는 곳은 찾기 어렵다"며 "여유자금 운용 면에서 두드러지게 차별화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