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의 미래]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진다… "중숙련 일자리 줄어 노동시장 양극화"

2021-08-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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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처 '숙련수준별 취업자 수 추이 및 시사점' 보고서

정형화된 업무 비중 큰 중숙련 일자리, 자동화 대체 가능성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숙련 수준의 일자리가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승현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숙련수준별 취업자 수 추이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숙련수준에 따른 차별적 일자리 대체효과는 근로자의 임금 분포를 양극화시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의 숙련도는 근로자가 작업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학력과 직무를 습득하는 시간, 업무의 정형성과 반복성 등을 고려해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고숙련 일자리는 생산과정을 설계·관리하는 엔지니어 등 비정형적 인지업무 위주의 업무를 수행하며 중숙련 일자리는 조립이나 서무직 같은 정형적 육체·인지업무 위주의 일자리를 의미한다. 저숙련 일자리는 청소, 용역 등 비정형적 육체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중숙련 일자리가 자동화를 통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이유는 정형화된 업무를 주로 수행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대체가 쉽고 인건비 절감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저숙련 일자리는 '인간에게는 쉬우나 기계에게는 어려운' 업무인 경우가 많다. 또한 자동화를 하더라도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고숙련 일자리는 업무 특성상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

실제로 예정처가 분석한 2010년 이후 숙련수준별 전체 취업자 수 추이를 보면 중숙련 취업자 수는 증가세가 둔화되다가 2018년부터 감소로 전환했다. 중숙련 취업자 수는 2018년 1만1300명, 2019년 6만명, 2020년 16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고숙련·저숙련 취업자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면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예정처는 "정보통신기술(ICT), AI 등을 중심으로 한 기술변화가 고숙련 및 저숙련 노동에 대한 수요는 유지 또는 증가시키고 중숙련 노동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이런 현상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를 기준으로 모든 숙련 수준에서 증감 추이가 다르게 나타났다. 60세 미만 연령층에서는 모든 숙련수준의 취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세로 전환됐다.

반면 2019년 이후 60세 이상의 저숙련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인구구조 변화, 코로나19에 따른 노인 일자리 사업의 영향으로 2020년에도 이어졌다.
 

숙련수준-산업별 취업자 수 증감 추이. [예정처 제공]



산업별로는 서비스업과 제조업 모두에서 중숙련 취업자 수가 감소로 전환됐고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에서 상대적으로 감소가 더 빠르게 일어났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보다 중숙련 취업자가 더 많이 감소한 이유는 대면 업무가 적고 제조공정 자동화가 용이하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정처는 "서비스업 및 제조업에서 중숙련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현상은 자동화 등 정형편향적인 기술진보로 인한 구조적 실업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비스업은 중숙련 외의 다른 숙련 수준에서도 취업자 수가 둔화되고 있으나 제조업은 저숙련과 고숙련 일자리는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020년 제조업 중 고숙련과 저숙련 취업자는 전년 대비 각각 4만3700명, 1만3500명 증가했다. 그러나 제조업 중숙련 취업자는 11만명 감소해 최근 10년 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고용 충격의 직격탄을 맞은 대면 서비스업은 향후 제조업 만큼이나 취업자 수가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코로나19의 상흔: 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로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자동화 고위험군의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 저위험군 취업자 수는 2017년 4월 대비 지난해 10월 2.8% 증가한 반면 고위험군은 같은 기간 2.5% 감소했다.

특히 대면 서비스업은 자동화 고위험군의 취업자 수가 10.8%나 감소했으며 자동화 저위험군의 취업자 수도 2.4%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성별로 보면 남성 중숙련 취업자 수는 감소로 전환된 반면 여성은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아직 감소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자동화, 외주화로 대체되는 제조업 중숙련 직업군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0~2020년 기간 동안 제조업 취업자 중 남성 중숙련 취업자 수의 비중은 73~75%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고숙련 취업자 수는 남성은 4000명 증가하며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여성은 9만29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이 여성 고숙련 취업자 수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승현 예정처 분석관은 "전체적으로 고숙련 및 저숙련 취업자 수는 유지되거나 증가하지만 중숙련 취업자 수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며 세부 집단별로는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집단에서 중숙련 취업자 수의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세로 전환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김 분석관은 "서비스업과 제조업 모두에서 중숙련 취업자 수가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전환됐고 특히 제조업에서 정도가 가파른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구조적 실업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련수준은 임금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중숙련 일자리가 위축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며 "임금수준에 미치는 요인은 노동조합 유무, 연공서열제도 등 다양하나 숙련수준 또한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하므로 중숙련 일자리가 공동화된다면 근로자의 소득분포가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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