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군 철수로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 정치조직 탈레반 측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과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분리 독립 세력 간의 연계를 막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탈레반 대표단이 이날 톈진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고 전했다.
이번에 방중한 탈레반 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 탈레반 공동 창설자 중 한 명이다.
아프간은 미군 철수 뒤 사실상 내전에 돌입했고, 탈레반은 바다크샨과 칸다하르 등 핵심 지역을 점령했다.
탈레반 점령 지역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와의 접경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중국은 탈레반이 신장 내 분리 독립 세력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지원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TIM은 신장 독립을 주장하며 무장 투쟁을 벌여 온 조직으로, 베이징올림픽이 열렸던 2008년을 포함해 수차례 대규모 테러를 벌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아프간의 문제는 아프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며 "아프간의 정세가 중국의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탈레반을 향해 신장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한편 유화책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왕이 부장은 지난 14일 아프간 정세를 언급하며 "아프간이 원한다면 중국에서 협상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탈레반 측도 중국이 경제 지원에 적극 나선다면 굳이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7일 SCMP 계열의 잡지 '디스 위크 인 아시아(This Week in Asia)'와의 인터뷰에서 "신장의 분리 독립 세력이 아프간에 입국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입국 불허 대상에 ETIM이 포함되는지 묻는 질문에도 "물론이다. (ETIM은) 아프간에 들어올 수 없다"고 확언했다.
대신 반대급부를 요구했다. 샤힌 대변인은 "탈레반은 중국을 친구로 여긴다"며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투자하고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하루 빨리 협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군 철수로 아프간 내 혼란이 가중되는 건 중국이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라며 "탈레반과 ETIM 간의 연계를 막기 위해서라도 아프간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