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조원을 넘어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에 이어 인터파크까지 '1세대 이커머스'는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 사실상 퇴장 수순을 밟는 모습이다. 비슷한 시기에 생긴 국내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도 살아남기 위해 체질 개선이 불가피해졌다.
◆G마켓·옥션·인터파크 줄줄이 매물로
20일 인터파크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회사 최대 주주인 이기형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은 최근 NH투자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인수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그룹을 새주인으로 맞은 지 한 달 남짓 만에 1세대 이커머스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것이다.현재 인터파크의 시가총액은 4500억여원이다. 이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은 회사 지분의 약 28%를 보유해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지분 가치를 환산하면 13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인터파크 기대 매각가는 16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997년 데이콤 사내 벤처기업으로 이기형 대표가 세운 '원조 1세대 이커머스' 인터파크는 설립 초기만 해도 대한민국 최초 온라인 종합쇼핑몰로 사세를 키웠다. 2009년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한 뒤 현재는 공연과 여행 티켓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공연·티켓 예매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면서 이커머스 업체 몸값이 크게 뛴 영향도 있지만, 규모의 경쟁으로 변모한 대내외 환경에서 현재 규모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3강 체제 재편된 이커머스 시장…자본력이 경쟁력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최근 규모의 경제를 이룬 업체들이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시장 점유율 기준 1~2위는 네이버(18%)와 쿠팡(12%)이 차지하고 있고, 3위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12%)는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그룹(3%)으로 넘어갔다. 상위 3개 회사가 전체 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점유율(45%)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더욱이 이커머스 경쟁력이 '빠른 배송' 같은 물류 역량으로 크게 갈리면서 자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한 쿠팡은 지방 주요 거점 도시에 초대형 물류센터 구축에 이어 투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쿠팡은 3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북, 경남, 충북 등 국내 물류센터 건립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해당 기간 쿠팡이 투자한 물류센터 건물의 전체 면적을 합치면 70만㎡ 이상으로 축구장 100개와 맞먹는 규모다. 고양, 덕평, 인천, 대구, 동탄 등 메가 풀필먼트 센터를 비롯해 전국에 총 170여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내 33만578㎡(10만평)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가 올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고 충북 음성 금왕 물류센터, 광주 광산구 연산동 물류센터 등도 올해 내 완공돼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구축되고 있는 대형 물류센터의 면적은 약 100만㎡(41만평)에 달한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전문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데이터·기술 기반 물류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인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도 열었다. 여기에는 현재 빠른 배송, 냉동·냉장, 동대문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 역량을 갖춘 7개의 풀필먼트 업체(CJ대한통운·아워박스·위킵·파스토·품고·딜리버드·셀피)가 참여했고, 앞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용인에 1만9173㎡(5800평) 규모의 신선식품 전용 저온 풀필먼트 센터도 연다.
신세계그룹은 차세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전국 물류 인프라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신선식품 등 물류 강화를 위해 4년간 1조원을 투자해 풀필먼트물류센터를 추가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와 함께 새벽 배송 지역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마트 온라인몰 SSG닷컴은 최근 대전과 청주, 천안, 세종, 아산 등 충청권을 대표하는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새 성장동력 찾는 티몬·위메프·11번가
남은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제 틀에 박힌 방식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게 된 이유다. 이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략을 수정해나가고 있다.위메프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커머스'로 돌파구를 찾는다. 기존 통합앱을 세분화해 여행(W여행컬처), 패션(W스타일), 인테리어(W홈즈), 신선식품(맛신선) 등의 특화 앱들을 선보였다. 티몬은 '라이브방송'을 강화하기 위해 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피키캐스트' 운영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다양한 판매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수수료율 인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위메프는 품목별 최저 2.9% 수수료 정률제를 도입했고, 티몬은 판매 수수료 중 일부를 오히려 돌려주는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내놨다. 기존 온라인몰들의 평균 수수료율이 14%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정책이다.
바뀌어야 산다는 절박함은 대표이사 교체 등 인적 쇄신으로도 나타났다. 위메프는 하송 대표를 지난 2월 신규 선임했고, 티몬은 지난 5월 '재무통'으로 알려진 전인천 대표를 수장으로 앉힌 데 이어 지난달 피키캐스트의 장윤석 창업자를 공동 대표로 영입했다.
SK텔레콤의 11번가는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11번가와 아마존은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사업을 론칭할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업으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까지 무대를 넓히고, 국내 셀러들에게도 해외 진출 발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