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최초요구안을 공개했다. 노동계는 전년 대비 23.9% 상승한 1만800원을, 이에 맞선 경영계는 동결에 해당하는 8720원을 주장했다. 양측의 간극은 2080원에 달한다.
노사 양측의 최초요구안은 협의를 하기 위한 제안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더 크게 담긴다. 각자 대표하고 있는 근로자와 사용자들에게 '총성없는 전쟁'을 알리는 이른바 선전포고인 셈이다.
2015년에는 2016년 요구안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며 전년 대비 인상률을 79.2%로 제시했다. 이후 노동계의 최초요구안은 1만원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사용자위원의 최초요구안도 대부분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한다. 가장 최근에 동결이나 삭감이 아닌 소폭이나마 인상을 제시한 것은 2017년에 제안한 2.4%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며 최저임금 대폭 상향을 예고했고, 이에 맞춰 그나마 올려서 제시한 상승률이 2.4%인 셈이다.
시계를 과거로 넓히면 사용자 측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에는 -5.8% 삭감을 주장했고, 이어 경기 침체를 이유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최저임금이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해와 2019년에는 각각 -2.1%, -4.2% 삭감안을 들고 나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은 노사 양측의 요구안을 토대로 전원회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양측은 6차 전원회의에서 최초요구안을 제시한 직후 심의에 나섰지만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바 있다. 올해에도 최저임금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7차 전원회의 시작에 앞선 모두발언에서도 양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사용자 위원 측은 지난 15년 동안 경제 상황이 좋으나 나쁘나 2017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동결 또는 삭감을 제시했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7.8% 이상 인상되지 못하면 구직급여는 4년째 동결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는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1.4%에 도달했기 때문에 지불 위기가 한계인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이 상향되면 고령층, 주부 등 취약계층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희 중기중앙회 본부장도 "동결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은 수정안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그 범위 내에서 수정안을 달라고 요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