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H빌라의 일부 주민들이 건물 붕괴 위험으로 대피에 나선 가운데, 해당 지역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비슷한 사고가 이미 수차례 이어진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50가구 규모인 해당 빌라의 2개동, 16가구는 지난 3일 폭우 속에 야간 긴급 이주에 나섰다. 신현리 산 정상부터 빌라 마을로 개발했는데, 바로 아래에 빌라를 또 짓기 위해 공사하는 과정에서 위쪽 빌라 2개동이 한 뼘 정도로 내려앉은 것이다.
시청에 따르면 16가구 중 3가구는 지난 3일 시공사 측이 마련한 빌라로, 3가구는 지인의 집으로, 8가구는 숙박시설로 이주를 마쳤다. 남은 2가구는 이날 시공사가 마련한 빌라로 이주할 예정이다. 또 오는 15일부터 해당 빌라 지반보강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무리한 주택 개발과 안전불감증이 결합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10년, 20년 전 건축물 시공 기준이 현재의 기후 상황과 맞지 않기 때문에 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도시계획을 짤 때 상습침수구역·안전위험구역 등 취약지역을 지도에 표기한다. 위험한 지역에서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개발을 막는다"며 낡은 도시계획 기준을 격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몇십년 전 기준으로는 건물이 비 100㎜, 200㎜만 견뎌도 됐지만, 이제는 국지성 돌발기후가 잦아지면서 500㎜도 견뎌야 하는 상황이 늘어났다. 국회에서 관련 논의에 나서서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산지에 빌라 등 서민을 위한 다세대 주택이 많이 공급되는데, 시공사 측에서는 가격면을 고려해 허술하게 공사할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 등이 안전진단 기준을 높이고 철저한 진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해당 지역에서의 빌라 관련 사고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과거에도 장마철 때마다 옹벽이 붕괴해 주민이 대피하는 상황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2011년 6월 집중호우로 송정동 한 연립주택 옹벽(높이 10.6m 중 8.6m)이 붕괴된 바 있다. 당시 이 주택에 거주하는 8가구 주민들은 인근 빌라로 대피했다.
또 2019년 8월에는 광주시 초월읍 곤지암천 인근 옹벽이 20m가량 무너져 토사가 아래로 쏟아졌다. 사고 당시 축대 옆 빌라에는 주민 30여명이 있었지만, 거리가 5m 정도 떨어져 있어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오포읍 빌라에 산다고 밝힌 주민 A씨는 커뮤니티를 통해 "(이번 주민 대피 사태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면서 "아무리 건물을 보수한다고 해도 불안해서 살지 못하겠다. 인근 어린이집도 있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