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기주(32)의 활동 반경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다니던 중 꿈을 위해 사직서를 낸 진기주는 방송기자로 전향했고 이후에는 슈퍼 모델로 활동했다.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을 시작으로 연기 영역에 발을 들인 뒤 '퐁당퐁당 LOVE'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미스티' '이리와 안아줘' '오! 삼광빌라' 등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오가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진기주의 작품 목록(필모그래피)은 그의 이력만큼이나 다양하다. 치정 통속극부터 가족극 등을 다양한 장르를 오가던 그는 최근 영화 '미드나이트'로 스릴러 장르까지 섭렵했다. 인간 진기주와 배우 진기주 역시 더 하지 못할 것, 가지 못할 곳도 없어 보인다.
지난 30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 영화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경미(진기주)'가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새로운 표적이 되며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중 진기주는 청각장애인 경미 역을 맡았다. 수어 상담사로 일하던 그는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는 인물이다. 아주경제는 작품과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고 몸을 던져 촬영을 마쳤다는 진기주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진기주의 일문일답
스릴러라는 장르도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고 알고 있는데 심지어 청각장애를 가진 역할이다
- 대본을 읽었을 당시에는 그런 점들을 인지하지 못했다. 막상 촬영하고 나서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 어마어마한 걸 소화해야 한다니.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어떤 점 때문이었나?
- 역할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 저는 우리 영화 장르가 스릴러라고 해서 청각 장애를 과장되게, 덧대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그걸 꼭 지키고 싶었다. 촬영을 앞두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했는데 그러면서 합의가 된 것 같았다.
영화를 통해 청각장애인을 달리 보게 되었다. 배우 역시 그랬을 거고 더욱 표현에 조심스러웠던 점도 있었을 텐데
- '표현을 과장하지 말자'라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수어 학원에서 선생님들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 선생님 중 농인(청각장애가 있는 사람)과 청인(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이 섞여 있었는데 수업은 보통 수어로 대화하다 보니 그분들이 농인인지 청인인지 분간할 수 없겠더라. 일반적이었다. 그냥 담백하게 표현하는 게 좋을 거로 생각했고 영화가 스릴러라고 하여 더 과장하고 싶지 않았다.
경미는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인가? 그에 따라 인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
- 그렇다. 경미는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영화 속 그의 행동들은 선천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마에게 쫓기는 가운데 지하 주차장에서 쇠문 고리를 흔들거리거나 하는 행동은 주차장이 소리가 울린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소리'보다 '진동'을 가늠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진기주가 연구한 경미의 전사는?
- 경미는 가족 모두 농인이다. 엄마의 수어는 아주 느린 편이네 이는 엄마가 살았던 시대의 교육과도 관계가 깊다. 엄마 성격에 맞게 천천히 나긋나긋하게 이야기하는 편이고 경미는 요즘 젊은 친구처럼 말한다. 엄마는 구어와 목소리를 내는 법을 모르던 때 사람이라 경미에게 많은 걸 알려주고 싶어 했을 거다. 빠듯한 살림에도 열심히 교육하셨을 것으로 생각했다.
수어 연기가 훌륭했다. 감정을 담아서 해야 했는데
- 수어는 사람들의 말투와 같다.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서 빨라지기도 하고 격해지기도 한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더라. 상담사로 일할 땐 또박또박 (수어를) 하는 편이고 엄마와 이야기할 땐 수다 떨 듯 빨라진다. 감정과 성격도 드러나더라. 수어를 할 때 경미의 감정에 오롯이 맡기기로 했다.
수어를 배우는 과정은 어땠나
- 그냥 열심히 외웠다. 대본 위주로 배웠다. 그 외 말들도 배우고 싶어서 연습은 했지만 아는 단어보다 모르는 단어가 훨씬 많아서…. 하하하. 알고 있는 단어들로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모르는 건 못한다. 영어랑 똑같다.
우리는 일반적인 '청인'인데 청각장애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 저는 소리에 예민한 편이다. 촬영하는 동안 청각을 아예 멈출 수는 없지 않나. 대신 둔해지려고 노력했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노력하다 보니 방해받는 상황은 없었다. 경미에 몰입하면서 '소리가 알고 싶다'라는 갈구하는 마음이 들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모든 감각을 열어 보려고 최선을 다했다.
영화 속 경미는 내내 도식에게 쫓겨야 했다. 연쇄살인마 도식 역의 위하준은 100m를 한때 12초에 달렸다던데
- 전 달리기 실력이 형편없다. 감독님께서 촬영 전 '잘 달리느냐'라고 물었는데 어물쩍 넘겼었다. 나름대로 잘 달리는 사람들의 자세 등을 연구하고 연습도 했었는데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냥 감정대로 뛰었다. 도식(위하준 분)이 연기를 잘해주어서 예상보다 더 잘 달릴 수 있었다. 하준 씨가 평소 잘 달리는데 그에게 아슬아슬하게 벗어난다고 느끼게 하여서 내심 기분 좋았다.
경미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감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촬영 현장에서 엄마 역을 맡은 길해연에게 안겨서 펑펑 울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 현장에서 길해연 선생님께 안겨서 울었던 덕에 후유증이 없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인물 감정을 해소하지 못해 후유증이 컸을 거다. 선생님 덕에 즉각 즉각 해소가 된 거 같다.
후유증이 없어 다행이다
- 남아 있는 것들도 있다. 요즘 사람들의 눈이 아닌 입을 보며 대화한다. 우리 엄마와도 대화를 나눌 때 입을 보면서 이야기하게 되더라. 내일부터는 안 그러려고 한다.
입술을 보면 '말'을 읽을 수 있나?
- 사람의 입술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긴 게, 입 모양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자연스레 익히고 싶어서 연습하던 게 몸에 배어있나 보다.
'미드나이트'는 거의 액션 영화였다. 연골을 갈고 몸을 던지면서 찍었는데
- 무술 감독님께 칭찬을 많이 받았다. 거의 모든 장면을 제가 직접 소화했다. 처음 와이어 액션을 소화할 때는 정말 무서웠는데 한 번 하고 나니까 모든 게 쉬워지더라. 온몸이 멍투성이였지만 칭찬받았으니 됐다. 자랑스럽다.
연기자 이전의 삶부터 '리틀 포레스트' '미트나이트'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느낌이 든다. 진기주가 이토록 열심히 하고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 그동안 이런저런 일을 해왔다. 때마다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라 열심히 했다.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다. 작품에 온 몸을 던질 수 있는 것은 마음이 가는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다. 제가 맡았던 역할들은 다 마음이 가고 정이 들어버린 인물들이었다. 그를 진심으로 표현하고 싶은 게 원동력인 것 같다.
'미드나이트' 이후 또 욕심 나는 역할이 있을까?
- 제가 안 해본 게 훨씬 많아서. 욕심은 모든 장르에 다 있는 것 같아요. 액션에 생각이 없었는데, '미드나이트' 하면서 액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와이어도 더 멋있게 타보고 싶다. 왜 그럴까. 그렇게 고생해놓고…. 하하하.
진기주의 작품 목록(필모그래피)은 그의 이력만큼이나 다양하다. 치정 통속극부터 가족극 등을 다양한 장르를 오가던 그는 최근 영화 '미드나이트'로 스릴러 장르까지 섭렵했다. 인간 진기주와 배우 진기주 역시 더 하지 못할 것, 가지 못할 곳도 없어 보인다.
지난 30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 영화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경미(진기주)'가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새로운 표적이 되며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중 진기주는 청각장애인 경미 역을 맡았다. 수어 상담사로 일하던 그는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는 인물이다. 아주경제는 작품과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고 몸을 던져 촬영을 마쳤다는 진기주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릴러라는 장르도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고 알고 있는데 심지어 청각장애를 가진 역할이다
- 대본을 읽었을 당시에는 그런 점들을 인지하지 못했다. 막상 촬영하고 나서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 어마어마한 걸 소화해야 한다니.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어떤 점 때문이었나?
- 역할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 저는 우리 영화 장르가 스릴러라고 해서 청각 장애를 과장되게, 덧대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그걸 꼭 지키고 싶었다. 촬영을 앞두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했는데 그러면서 합의가 된 것 같았다.
영화를 통해 청각장애인을 달리 보게 되었다. 배우 역시 그랬을 거고 더욱 표현에 조심스러웠던 점도 있었을 텐데
- '표현을 과장하지 말자'라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수어 학원에서 선생님들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 선생님 중 농인(청각장애가 있는 사람)과 청인(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이 섞여 있었는데 수업은 보통 수어로 대화하다 보니 그분들이 농인인지 청인인지 분간할 수 없겠더라. 일반적이었다. 그냥 담백하게 표현하는 게 좋을 거로 생각했고 영화가 스릴러라고 하여 더 과장하고 싶지 않았다.
경미는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인가? 그에 따라 인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
- 그렇다. 경미는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영화 속 그의 행동들은 선천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마에게 쫓기는 가운데 지하 주차장에서 쇠문 고리를 흔들거리거나 하는 행동은 주차장이 소리가 울린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소리'보다 '진동'을 가늠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진기주가 연구한 경미의 전사는?
- 경미는 가족 모두 농인이다. 엄마의 수어는 아주 느린 편이네 이는 엄마가 살았던 시대의 교육과도 관계가 깊다. 엄마 성격에 맞게 천천히 나긋나긋하게 이야기하는 편이고 경미는 요즘 젊은 친구처럼 말한다. 엄마는 구어와 목소리를 내는 법을 모르던 때 사람이라 경미에게 많은 걸 알려주고 싶어 했을 거다. 빠듯한 살림에도 열심히 교육하셨을 것으로 생각했다.
수어 연기가 훌륭했다. 감정을 담아서 해야 했는데
- 수어는 사람들의 말투와 같다.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서 빨라지기도 하고 격해지기도 한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더라. 상담사로 일할 땐 또박또박 (수어를) 하는 편이고 엄마와 이야기할 땐 수다 떨 듯 빨라진다. 감정과 성격도 드러나더라. 수어를 할 때 경미의 감정에 오롯이 맡기기로 했다.
수어를 배우는 과정은 어땠나
- 그냥 열심히 외웠다. 대본 위주로 배웠다. 그 외 말들도 배우고 싶어서 연습은 했지만 아는 단어보다 모르는 단어가 훨씬 많아서…. 하하하. 알고 있는 단어들로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모르는 건 못한다. 영어랑 똑같다.
우리는 일반적인 '청인'인데 청각장애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 저는 소리에 예민한 편이다. 촬영하는 동안 청각을 아예 멈출 수는 없지 않나. 대신 둔해지려고 노력했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노력하다 보니 방해받는 상황은 없었다. 경미에 몰입하면서 '소리가 알고 싶다'라는 갈구하는 마음이 들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모든 감각을 열어 보려고 최선을 다했다.
영화 속 경미는 내내 도식에게 쫓겨야 했다. 연쇄살인마 도식 역의 위하준은 100m를 한때 12초에 달렸다던데
- 전 달리기 실력이 형편없다. 감독님께서 촬영 전 '잘 달리느냐'라고 물었는데 어물쩍 넘겼었다. 나름대로 잘 달리는 사람들의 자세 등을 연구하고 연습도 했었는데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냥 감정대로 뛰었다. 도식(위하준 분)이 연기를 잘해주어서 예상보다 더 잘 달릴 수 있었다. 하준 씨가 평소 잘 달리는데 그에게 아슬아슬하게 벗어난다고 느끼게 하여서 내심 기분 좋았다.
경미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감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촬영 현장에서 엄마 역을 맡은 길해연에게 안겨서 펑펑 울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 현장에서 길해연 선생님께 안겨서 울었던 덕에 후유증이 없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인물 감정을 해소하지 못해 후유증이 컸을 거다. 선생님 덕에 즉각 즉각 해소가 된 거 같다.
후유증이 없어 다행이다
- 남아 있는 것들도 있다. 요즘 사람들의 눈이 아닌 입을 보며 대화한다. 우리 엄마와도 대화를 나눌 때 입을 보면서 이야기하게 되더라. 내일부터는 안 그러려고 한다.
입술을 보면 '말'을 읽을 수 있나?
- 사람의 입술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긴 게, 입 모양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자연스레 익히고 싶어서 연습하던 게 몸에 배어있나 보다.
'미드나이트'는 거의 액션 영화였다. 연골을 갈고 몸을 던지면서 찍었는데
- 무술 감독님께 칭찬을 많이 받았다. 거의 모든 장면을 제가 직접 소화했다. 처음 와이어 액션을 소화할 때는 정말 무서웠는데 한 번 하고 나니까 모든 게 쉬워지더라. 온몸이 멍투성이였지만 칭찬받았으니 됐다. 자랑스럽다.
연기자 이전의 삶부터 '리틀 포레스트' '미트나이트'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느낌이 든다. 진기주가 이토록 열심히 하고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 그동안 이런저런 일을 해왔다. 때마다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라 열심히 했다.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다. 작품에 온 몸을 던질 수 있는 것은 마음이 가는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다. 제가 맡았던 역할들은 다 마음이 가고 정이 들어버린 인물들이었다. 그를 진심으로 표현하고 싶은 게 원동력인 것 같다.
'미드나이트' 이후 또 욕심 나는 역할이 있을까?
- 제가 안 해본 게 훨씬 많아서. 욕심은 모든 장르에 다 있는 것 같아요. 액션에 생각이 없었는데, '미드나이트' 하면서 액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와이어도 더 멋있게 타보고 싶다. 왜 그럴까. 그렇게 고생해놓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