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전체 기업 대출금은 지난 4월 기준으로 48조9992억원까지 커졌다. 전년 동기(40조7430억)보다 무려 20%나 늘어난 수치다. 직전 3달간의 월평균 증가액은 788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6월에는 잔액이 5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대다수가 중기에 집중돼 있다. 중기 대출 잔액 역시 작년 4월 38조9180억원에서 올 4월 46조7600억원으로 20%가량이 늘었다. 이는 전체 기업 대출 중 95%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코로나 주요 피해 업종인 도소매업 관련 증가폭이 컸다. SBI·OK·웰컴·페퍼 등 상위 4대 저축은행의 도소매업 대출 잔액은 작년 3월 말 1조4442억9600만원에서 올 3월 말 1조7129억9800만원으로 18.6%가 늘었다. 증가 금액만 2700억원에 육박한다. 또 다른 피해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8509억6400만원에서 8313억94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개인사업자들의 채무 상환 부담도 커졌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 10명 중 4명은 소득의 4배를 넘어서는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저축은행 특성상 다중채무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자산 부실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9월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만료되면 숨어있던 대출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유예 조치의 경우, 6개월씩 두 번 연장되면서 추후 이연된 부실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80% 이상이 ‘아파트’ 등 주택 담보 대출인 만큼, 집값 하락 등에도 다소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상태”라며 “9월 이자 상환유예 등 조치가 종료되면 대출 부실이 본격화되며 경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