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불이익' 사법농단 민사소송, 法 "피고 측 태도불량" 지적

2021-06-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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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송다영 기자.]



'사법농단' 양승태 사법부 시절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며 현직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재판부가 양 前대법원장 등 피고 측의 소극적인 자세를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관용)는 23일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피고들의 소극적 대처를 언급하며 "지금이라도 적극적 답변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고의 이러한 태도가 변함이 없으면, 이르면 오는 9월 재판에서 결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송 부장판사는 2014년 권순일 대법관 임명 당시 “최고 엘리트 법관이 아닌 인권이나 노동,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법조인에게 대법관의 문호를 개방하자”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이어 박상옥 대법관이 후보자였던 다음 해에는, 당시 박 후보자에 대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검사로 졸속 수사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그의 후보자 거취를 두고 법원 내 설문 조사를 하자는 등의 글을 내부통신망에 작성하기도 했다. 이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시 송 부장판사는 서울 소재 법원이 아닌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2015년, 2017년 물의 야기 법관 분류와 인사 불이익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2억 원, 2015년 기획조정실 보고서 작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1억 원을 배상하라며 총 3억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날 변론준비기일에 송 부장판사 측은 신청했던 문서송부촉탁(형사사건 열람) 결과를 수신했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의 형사사건 기록에서 공소장, 이 사건 관련 보고서 등을 제출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관련 증거 일부는 증거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제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를 거듭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상훈 피고가 2월 8일 낸 답변서를 제외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상당히 형식적으로 답변 돼 있다. 피고들이 적극적으로 답변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기일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결심을 할 수도 있으니 피고들이 서면을 적극적으로 내줘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다음 공판 날짜(9월 1일)를 정하면서도 재판부는 "원고는 추가로 신청한 문서송부촉탁 결과를 본 뒤 구체적 청구 원인을 정리하고, 피고도 적극적으로 서면을 내 달라"고 강조했다.

다음 기일에 변론을 끝낸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원고 측은 "의문이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송 부장판사의 청구 원인이 변경된다면 자신들도 이에 대한 추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재판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재판부는 그런 변호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 "핵심은 '물의 야기 법관' 보고서가 작성됐고, (송 부장판사가) 인사상 불이익을 입었다는 것이 청구 원인의 기본적인 틀이다. 송부 촉탁 결과 보고서, 인사카드(관련 증거)가 다 제출됐다. (형사사건 증거를 기다리지 않아도) 민사에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난 것이다"라며 딱 잘라 말했다.

이어 피고 측이 다시 한번 재판 속행의 뜻을 밝히자, 재판부는 서면을 한번 보자며 피고들이 제출한 답변서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답변서에는 '원고의 청구 원인을 모두 부인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 간략하게 기재돼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들에게 추가적인 증거를 더 제출해야 한다고 하면 기일을 속행할 것이고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된다면 피고로서 더 (변론)할 게 없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다음 기일은 오는 9월 1일 오후 5시 4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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