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법정에 서고 있다. 재계 1위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SK가(家) 맏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과 최 회장 재판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거의 매주 열리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돼 최근 매주 법정에 출석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방식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당시 제일모직 주식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후 삼성 지주회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법적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맞서고 있다. 삼성물산도 매출 등에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도 주장한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은 긴급 수술로 공판 일정이 불가피하게 미뤄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 1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긴급 충수염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이후 치료를 받다 4월 15일 퇴원해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애초 3월 25일로 예정했던 첫 정식 재판이 4월로 미뤄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만기 출소는 내년 7월이다. 최근 재계와 정치권에선 가석방 또는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부회장은 오는 7월 28일이면 가석방 요건을 갖춘다. 형법상 가석방은 형기 3분의1을 채우면 가능하다. 동시에 형기 60% 이상을 채우게 한 법무부 예규도 충족해야 한다.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도 거의 매주 재판을 받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상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과 가족·친인척 허위 급여, 호텔 빌라 거주비,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자금 지원 등을 명목으로 SK네트웍스·SKC·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2235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했다고 판단한다.
2012년 10월 SK텔레시스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개인 자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처럼 속여 신성장동력펀드가 275억원 상당 BW를 인수하게 한 혐의도 있다. 수년에 걸쳐 140만 달러(약 16억원) 상당을 직원 이름으로 차명 환전하고, 약 80만 달러(약 9억원)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 반출한 혐의도 받는다.
'SK그룹 2인자'로 불리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유상증자 관련 배임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조대식 의장은 최 회장과 짜고 부도 위기에 있는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SKC가 900억원가량을 투자하게 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