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하이닉스 전문직도 노조 설립…“10년차도 대졸 신입보다 연봉 적어”

2021-06-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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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표성 부족" 이유로 요구안 거부...기술사무직 노조 내 분회 설립

SK하이닉스의 전문직(초대졸)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동안 기술사무직 노조를 통해 회사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해 왔으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별도의 노조를 통해 회사와 직접 교섭에 나설 계획이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최근 지회 내 ‘전문직 분회’ 설립을 승인받고,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14일 오전 회사에 전달한다.

현재 SK하이닉스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이천‧청주 전임직(생산직) 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가 있는데, 기술사무직 노조 내 전문직 노조 분회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올해 임금을 평균 8.07% 올리기로 합의했고, 지난 11일 노조 대의원 대회를 통해 확정했다. 최근 2년간 임금 인상률이 3~4%인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대졸 신입사원 초봉(5060만원)은 동종 업계인 삼성전자보다 많다.

하지만 기술사무직 노조가 이번 임단협에서 전문직의 처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들의 수가 적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현재 기술사무직 노조 조합원(1659명) 중 전문직은 50여명 정도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전문직은 대졸 공채(4급)와 달리 전문대 졸업 후 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원이다. 삼성전자도 3급(대졸) 신입사원과 별도로 4급(초대졸) 사원을 채용한다.

이들은 연봉과 근무 환경 등에서 다른 직군에 비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에 따르면 전문직으로 10년 이상 근무해도 대졸 공채 신입사원보다 연봉이 적거나 비슷하다. 이는 ‘연봉 상한제’로 인해 5600만원이 넘는 연봉 계약이 불가능한 구조 탓이다.

회사 측은 “상한금액이 없다면 대졸 공채 신입사원과 연봉 차가 커질 수 있어 (공채 임직원들의) 허탈감을 줄 수 있다”며 최근 이 제도를 도입했다.

SK하이닉스의 전문직은 기술사무직과 같은 연봉제이고 직위도 ‘티엘(TL)’을 쓴다. 그럼에도 연봉 협상은 생산직과 같이 진행된다. 생산직의 월급을 연봉으로 환산해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조직 내 행사가 있을 때도 차별이 빈번했다고 한다. 기술사무직은 ‘사내 행사’로 처리되는 반면, 전문직 직원들은 개인 휴가를 쓰도록 권유받는다. 또 주 60시간 이상을 근무해도 연장근무 결재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사무직 노조 내 전문직 분회를 따로 만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전문직 처우 개선 요구에 대해 회사는 대표적 구속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며 “전문직군의 불합리한 처우 개선 없이 협상이 마무리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전문직군도 하나의 구성원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직 노조 수석분회장 A씨는 “열심히 일해도 다른 직군 초봉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 제한으로 묶여 있다는 데 대한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동안 무시됐던 권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경기 이천 본사 앞 현판을 빠르게 지나치며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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