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금천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씨(32)는 결혼 직후인 2017년 당시 집을 사지 않은 것에 대해 큰 후회를 하고 있다. 정씨의 부부합산 소득은 월 500만원 정도로 결혼 당시 대출을 받아 5억원대 전용 84㎡ 아파트를 사려고 했었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전세를 구했고 4년간 돈을 모아 여유자금을 1~2억원 늘렸다. 그러나 이 돈을 더해도 지금은 당시 5억원대 아파트보다 못한 곳을 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에서 중위소득 가구(3분위)가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최근 4년간 27만 가구 이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7년 1분기 기준 중위소득(월 448만원)으로 구입 가능한 아파트 재고량이 35만5000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27만5000가구나 급감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는 약 134만2000가구에서 140만 가구로 소폭 늘었다.
KB부동산이 말하는'구입가능한 아파트'는 중위소득 가구 지출가능 주거비용(월 소득 33%)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이다. 만약 1분기 중위소득 가구별 월 소득 510만원으로 해당 가구의 지출가능 주거비용을 계산해 보면 168만원이 나온다.
지출가능 주거비용인 168만원(원금+이자)으로 매달 대출금을 갚는다고 가정하고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LTV 70% 적용)을 받을 경우 최대 4억 4235만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다만 주택자금 밑천 1억3270만원(LTV제외 30%)은 따로 필요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4억4235만원 이하 아파트는 7만9000여 가구가 있다. 전체 140만 가구 중 5.6%를 차지한다.
이 같은 시뮬레이션은 KB부동산이 책정한 조건과 기준을 근거로 계산했다. 만약 서울을 비롯한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적용되는 LTV 40%로 계산하면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는 더 줄어든다.
이를 수치로 나타낸 KB주택구입 잠재력지수(KB-HOI)도 2017년 1분기 35.5에서 올해 1분기 기준 5.6으로 하락했다. 중위소득 가구가 구매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비율이 35.5%에서 5.6%로 줄었다는 의미다.
가구소득 상승률보다 서울 집값 상승률이 큰 폭으로 늘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중소형(전용면적 60㎡ 초과 85㎡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85만원으로 조사됐다. 앞서 2017년 5월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635만원으로 4년 만에 집값은 64.23% 증가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실물경기가 침체해 소득은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집값만 급등해서 발생한 상황"이라며 "결국 일을 해서 내 집 마련 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