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전 땅 투기 의혹 이후 당정에서 해체에 준하는 혁신작업을 약속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3개월 늦게 나온 LH 혁신안이 '혁신'은 없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인 조직개편은 빠지고 구조조정과 인적 혁신방안만 언급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투기 재발 방지를 위한 통제장치 구축 △주거복지 및 주택공급 기능을 제외한 비핵심기능 분산 및 인력감축 △퇴직자 전관예우, 갑질행위 등 악습 근절 △엄정한 경영평가로 성과급 환수 등을 골자로 하는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으로 재산등록 대상은 현행 임원 7명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되고, 연 1회 부동산 거래조사를 실시한다. 실수요 목적 외 주택·토지를 소유하면 처분하지 않을 경우 고위직 승진에서 배제된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취업제한 대상자는 현재 임원 7명에서 이해충돌 여지가 큰 고위직 529명으로 늘린다. 퇴직자가 소속된 기업과는 퇴직일로부터 5년 이내의 수의계약을 제한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는 국토부로 회수된다. LH업무를 핵심기능과 비핵심기능으로 나누어 핵심기능은 재편하고, 비핵심기능은 축소하거나 타 기관 이관을 통해 슬림화할 계획이다.
또한 기능 조정에 따라 1단계로 2급 이상 상위직 20%, 지원부서 인력 10% 등 1000여명을 감축한다. 지방도시공사 업무와 중복 우려가 있는 지방조직에 대해서는 1단계 완료 후 정밀진단을 거쳐 1000명 이상의 인원을 추가로 감축한다.
조직개편은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도출하기로 했다.
현재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방안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와 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분리하는 안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 제시됐다.
이 중 토지·주택 분야를 분할하는 방안은 과거 시스템으로 되돌아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선택지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기능·조직 슬림화만으로는 LH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LH 조직 재설계 방안도 마련해 당정 협의 등을 진행했다"며 "조직 개편 방안은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 및 전문가 검토를 거쳐 조속히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혁신안은 'LH사태'로 차질을 빚고 있는 2·4대책 등 주택공급을 원활히 실행하기 위해 조직역량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일부만 먼저 발표됐다. LH의 혁신 문제가 결론지어져야 정책 시행의 주체가 명확해지고 업무 추진에도 가속력이 붙는데, 조직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대화된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기능과 인력을 슬림화하더라도 정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앞으로 LH사태가 어떻게 수습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통제장치보다 심각한 것은 기능분산의 문제"라며 "LH 내부의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기능을 이관받은 타 기관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