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기사는 영화의 결말·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영화에 얽힌 일화 등을 이야기하는 꼭지다. 이번 주인공은 영화 '파이프라인'의 이수혁이다.
극 중 이수혁은 대한민국 굴지의 정유 회사 후계자 건우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나쁜 짓도 서슴지 않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소시오패스)다.
"건우는 유하 감독님이 그동안 찍었던 누아르 장르 속 악당과는 다른 인물이에요. 약간의 허점도 있죠. 최대한 자연스러운 영화 속 인물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식단 관리도 하지 않고, 마음껏 먹었죠. 운동도 전혀 안 했어요. 촬영 내내 거울 한 번 보지 않았죠. '멋있어 보이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어요. 멋지지 않게 표현된 얼굴이 제가 원하는 대로 나와준 거 같아요."
이수혁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건우의 허점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핀돌이 일행을 궁지로 몰아넣고 목적을 이뤘다고 자만하는 장면이 있어요. 서울 시내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여유롭게 유조차가 들어오는 걸 즐기죠. 그때 비서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핀돌이 일행을 살려둘 마음이 없었던 건우. 그는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유유히 빠져나온다. 자신이 빼돌린 기름 외에는 전부 없애버릴 작정이었던 그는 서울 시내가 불바다가 되든 말든 '남은 기름'을 불태워버리기로 하고 멀찍이서 그 광경을 지켜본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고 '기름' 대신 '물벼락'을 맞게 된다.
"우스운 상황 속에서 진지한 건우의 호흡이 웃긴다고 생각했어요. 그 안에서 허점을 잘 보여줘야 하고 건우도 우습게 표현되는 장면이라 기억이 많이 남네요."
건우는 기존 이수혁의 이미지와 다른 인물이다. 그동안 멋진 역할을 도맡았던 그는 낯선 건우의 면면을 꺼내기 위해 유하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건우 이미지가 확실했어요. 그에 따라서 잘 맞춰 드리고 싶었죠. 얼굴이나 표정 등을 드라마 속 연기와 달리 표현하고 싶었어요. 큰 화면으로 보니 나름대로 원했던 바와 잘 맞는 것 같아요. 만족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관객들이) 신선하게 봐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죠."
한편 '파이프라인'은 지난 26일 개봉했다. 상영 시간은 105분이고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