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31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된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갈등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임대차법 자체에 해석의 여지가 많은 데다 1일부터 전·월세신고제까지 시행되면서 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1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분쟁위)에 따르면 올 들어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 접수 건수는 110건으로, 5개월 만에 지난해(122건)의 80%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건)과 비교하면 15.7배 늘어났다.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 건수도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 이후 올 5월까지 월평균 7445건에 달했다. 법 시행 전에는 월평균 5000건 수준을 유지해왔다.
특히 임차보증금 반환(월평균 1416건)과 임대차 기간(1255건) 관련 상담이 주를 이뤘다.
세입자와 집주인의 권리를 두고 판결 결과까지 오락가락하면서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이후 이어진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집주인의 거주권을 우선으로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마련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받았다면 임차인의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3월 수원지방법원이 세입자의 거주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뒤집는 결과다. 당시 수원지법은 종전 집주인에게 전세 계약 연장을 위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을 경우,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새 집주인이라도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는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전달해 임대계약을 종료시키거나,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집주인이 잠깐 실거주에 나서는 등 다양한 사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인 A씨는 집을 팔 목적으로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했으나, 세입자가 받아들이지 않아 1년 동안 지지부진한 상황을 맞았다. A씨는 결국 위로금 명목으로 넉 달치 월세를 받지 않기로 하고 겨우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팔아 1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임대차3법이 부동산 계약 당사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아직 법률 시행 초기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판례가 쌓이면 분쟁이 줄겠지만, 불명확한 법률과 적용방법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법률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분쟁은 날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가격의 상한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급하게 도입한 제도이다 보니 실무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상황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임대차3법 자체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과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임대차 3법은 도입되지 않았어야 할 제도"라면서 "전세 개념이 없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개인 중심의 전세 시장이 주도한다. 전세 시장에서의 임대차3법은 세입자가 절대로 유리하고 임대인은 절대 불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