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및 은행권이 해외 투기세력들로부터 가상화폐 시장·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해외송금 및 입출금 제한 등 셀프 규제에 나섰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보다 가격이 높아 전 세계 가상화폐 투기꾼들이 몰려드는 장소가 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해외 투기꾼들이 들어와 외화가 급격하게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의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이하 김프)이 치솟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코인들도 모두 최소 7%의 김프가 붙어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김프도 이날 오전 현재 7% 수준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김프는 이날 오전 한때 10% 수준에 달했다.
김프가 나타나는 이유는 국내에서 매도보다 매수세가 많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에서는 코인을 대량 보유한 큰손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데, 국내의 경우 코인을 대량으로 가진 큰손이 없을뿐더러 매도가 많지 않다. 김프는 주로 해외 투기꾼이 해외거래소에서 구매한 코인을 차익실현하는 데 악용하기 때문에, 해외 매도물량을 국내 개미투자자들이 받는 셈이 된다. 때문에 김프가 치솟는 현상은 해외 투기꾼이 해외거래소에서 구매한 코인을 차익실현하는 투기꾼들이 여전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거래소, 은행 등 민간 기업들이 김프를 악용한 해외 투기세력에 외화가 대량 유출되는 상황을 막고자 자체 규제안을 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은행권은 김프를 악용한 환치기를 막기 위해 외국인 등의 해외송금에 월간 한도를 신설한 바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역시 1일 입금한도를 신설하고 처음 입금된 가상자산을 원화로 출금하지 못하도록 지연시키는 자체 규제안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별로 최대 70%에 달하는 김프가 지속되고 있어, 민간 기업들의 ‘셀프 규제’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시장 정비를 위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보니 민간 자율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발생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서는 국내·외 시세 괴리 현상 심화로 외화유출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초부터 중순까지(1~16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개인 해외송금은 10억7189만 달러(약 1조1967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중국으로의 송금액은 1억6528만 달러(약 1827억원)로,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 929만 달러(약 103억원)보다 17배 이상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