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손정민씨(22) 유족이 실종 사건 당시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에 대한 경찰 추가 수사를 촉구했다.
유족은 26일 A4용지 13장 분량 입장문을 내고 "A씨와 그 가족이 정민이 입수 경위를 알고 있다면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손씨 아버지 손현씨(50)가 사건 발생 이후 개인 블로그를 통해 글을 써왔으나, 유족 명의 입장문은 처음이다.
그러나 "실종 사흘째인 지난달 27일 경찰을 통해 A씨와 그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3시 37분께 통화한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됐다"며 "이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여러 행동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다른 친구들은 정민이를 찾기 위해 반포한강공원을 누볐지만, A씨는 단 한 번도 공원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A씨와 그 가족이 손씨 실종 당일 오전 5시 이후 한강공원에 도착해 20분가량 강 비탈에만 머문 점 △A씨가 당시 입었던 티셔츠를 다음 날 신발과 함께 버린 점 △A씨가 잠금이 걸려 있지 않은 손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부모에게 부탁해 손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 등을 의혹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A씨 가족이 처음부터 여러 의문스러운 정황에 대해 유족에게 성심성의를 다해 설명하거나 설명하려는 노력이라도 기울였다면 경찰 수사가 필요했겠냐"며 "'일상으로 복귀를 원한다'는 A씨 측 변호인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경찰 초기 대응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실종 당일 아침 A씨 혈중알코올농도나 몸 상처, 다툰 흔적 등은 조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A씨가 당시 입은 의류 등도 손씨 실종 열흘째에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영상 분석과 거짓말 탐지기 조사, 프로파일러 추가 면담 등을 통해 A씨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해 달라"며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뛰어넘어 객관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실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22일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손씨가 실종 후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 3번, 이후에는 프로파일러 면담 등 모두 네 차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받은 '손씨 양말 흙' 성분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 흙은 육지에서 강물 속으로 약 10m 떨어진 지점에서 채취한 흙 성분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건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국과수는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24일부터 현장조사를 통해 수중 지형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추가 증거물과 목격자 증언 등을 종합해 손씨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