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후 6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씨(22) 사인이 익사로 추정되면서 단순 실족사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손씨가 한강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친구 A씨가 왜 손씨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는지 등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았다.
서울경찰청은 13일 손씨 사망 원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감정서를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 같은 사인 추정과 함께 "머리 2개소 좌열창(피부가 찢어지는 손상)을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A씨가 음주 후 2~3시간 내에 사망한 것으로 봤다.
이번 국과수 발표로 그동안 각종 의혹에 휘말렸던 친구 A씨는 유리해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반포한강공원에서 손씨와 술을 마시고 잠든 뒤 오전 4시 30분께 잠에서 깨 정민씨 휴대전화를 가지고 귀가했다. 그 사이 종적이 묘연해진 손씨는 6일 후인 지난달 30일 오후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손씨가 보이지 않아 집에 간 줄 알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귀가하기 1시간 전에 깨 부모와 통화한 기록과 관련해선 "손씨가 취해 잠들었는데 깨울 수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손씨 부친인 손현씨(50)는 "아들이 술이 어느 정도 깬 상태였을 텐데 왜 한강으로 갔는지, 수심도 깊지 않은데 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등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한 목격자가 손씨와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왜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단순 실족사이길 원하는 걸까"라고 말했다.
결국 목격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새벽 3시 37분께 손씨와 A씨가 함께 있는 것을 봤다는 진술, A씨가 새벽 4시 20분께 반포한강공원 잔디밭 끝 경사면에 혼자 자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관건은 새벽 3시 38분부터 4시 20분 사이 두 사람 행적으로, 두 사람 간 다툼 등을 목격했다는 진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노트북과 A씨 부모 휴대폰,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손현씨는 "부검 결과는 익사로 예상했고, 아이가 어떻게 물에 들어갔는지가 중요하다"며 "40분간 행적에 관한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