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건설사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운 정비사업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미분양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다 랜드마크로 부상할 지역을 일찌감치 선점해 다른 조합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 외곽과 지방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진다는 데 있다. '디에이치'(현대건설), '아크로'(DL이앤씨) 등 하이엔드 브랜드는 서울에서도 강남과 용산 등 일부 인기 지역 단지에만 붙는 이름이었는데 최근 지방과 서울 외곽, 수도권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부산 최대어'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만큼 삼익비치타운의 시공 계약이 해지될 경우,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롯데건설·DL이앤씨·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재개발의 또 다른 대표 사업지인 서금사5구역, 괴정5구역 등도 시공자를 해지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하이엔드 브랜드 바람이 경기 지역과 지방 광역시로도 번지고 있다.
광주 재개발 단지로는 최대규모인 광주 광천동 주택가 재개발 사업지는 기존 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금호건설 컨소시엄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현재 DL이앤씨의 '아크로', 롯데건설의 '르엘'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까지 조합의 요구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단지 고급화와 집값 상승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조합원들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대리석 등 최고급 마감재와 호텔급 커뮤니티 시설로 내외부를 꾸미기 때문에 기존 브랜드보다 공사비가 30~50%가량 추가로 든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에 따라 집값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보니 '공사비를 추가로 낼테니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아달라'고 요구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조합에서 요구할 경우, 상황에 맞으면 진행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지역에 따라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수주 자체를 포기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