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지역별로 원하는 GTX-D 노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인천 청라와 경기도 김포 지역에서의 갈등이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포·청라 "GTX-D 내 집 앞으로"··· 지역 갈등으로 비화
영종·청라 등 인천 서북부권 주민들은 경기도·인천시가 당초 주장한 'Y자 노선'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경기도와 인천시는 GTX-D 노선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에서 각각 출발해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나 서울 강남과 고덕, 경기 하남까지 이어지는 Y자형을 고수해 왔다.
지역 주민들은 "GTX-D를 기존의 Y자 노선 원안대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와 인천시가 인천 서북부권을 버린다는 의미"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포의 반발 이후 정부가 태세 전환에 나서자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집단행동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정부 발표대로 김포~부천종합운동장역 노선을 지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김포 주민들 사이에서는 청라 주민이 올린 게 아니냐는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7일 올라온 이 청원은 현재 참여 인원 3000명을 넘긴 상태다.
전문가들은 GTX-D 노선으로 촉발한 지역갈등 현상에 대해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지역 갈등을 야기했다"며 "갈등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내놨다.
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내 집 앞에 역을 놔달라는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지역 이기주의가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해도 지역 반발을 막을 순 없다.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진단했다.
김포검단시민, 촛불집회 이어 청와대까지··· 청라도 집단행동
김포 등 지역에서는 여전히 '강남·하남 연결' 압박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김여선', '김용선'이 아닌 김포에서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직결하는 이른바 '김하선'을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김포·인천 검단 시민들로 구성된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촛불 집회를 열고 GTX-D 노선의 김포∼강남∼하남 연결과 서울지하철 5호선의 검단·김포 연장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부터 인천 서구 원당동 일대에서 열린 이번 집회에는 대책위 회원과 지역 주민 등 4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오는 28일에는 청와대에서 집회를 계획 중이다. 청와대 집회에서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시장, 현직 시의원, 시민단체 대표 삭발식도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포시에서 지난 6일부터 진행한 'GTX-D 원안 사수' 범시민 서명 운동에는 21일 기준으로 2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김포시는 24일 시 의견서와 시민 서명서를 경기도에 공식 제출할 예정이다.
영종·청라 등 지역 주민들 역시 집단행동에 나섰다. GTX-D인천시민 추진단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청라호수공원 야외음악당 부근에서 서명·걷기시위 등 'GTX-D 노선 따라 걸어요' 행사를 개최했다.
청라 대표 지역카페 등에서는 "김포만 출퇴근 지옥이고, 경기민심만 무서우냐. 뿌리 깊은 인천 패싱, 수도권 역차별(을 끊어내야 한다)"이라며 시위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GTX-D 논란이 연일 수도권 서부권을 뜨겁게 달구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여론의 압박에 못 이긴 국토부가 강남 직결로 노선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의 반발이 예상되면서 정부가 노선을 수정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