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옵틱스가 300억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조달 자금 중 상당수는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CB) 조기상환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쓰일 예정이다. CB로 조달한 자금을 유상증자로 상환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기존 주식의 100%에 육박한다. 해성옵틱스의 기존 유통주식은 4162만주의 96.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 물량은 보호예수가 걸려 있지 않기 때문에 전액 매도 물량으로 나올 수 있다. 한편 실권주에 대한 수수료 역시 높은 편이다. 주관사인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인수회사인 한양증권은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인수대금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100%에 달하는 신주 발행량과 높은 인수 수수료는 기존 주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실권주 인수 측에서는 20% 이상 싼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데다 보호예수도 걸려있지 않아 저렴하게 인수한 물량을 곧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대표주관회사 및 인수회사의 실권주 매입단가는 청약자들보다 20.0% 낮은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되어 조기에 인수물량을 처분하게 될 소지가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성옵틱스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을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 측이 제시한 우선순위는 △운영자금(94억원) △채무상환자금(60억원) △시설자금(31억4000만원) △채무상환자금(128억2000만원) 등이다. 60억원의 채무상환자금은 국내외 금융권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 128억2000만원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이다.
CB나 BW 등 메자닌(Mezzanine)은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이다. 문제는 해성옵틱스의 최근 주가가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이 수차례 이뤄지고 있지만 하향세가 지속될 경우 CB나 BW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해성옵틱스는 CB, BW 발행 이후 조기상환에 대응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2017년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4회차 CB의 조기상환 청구가 시작되자 2019년 유상증자를 통해 171억원가량을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같은해 4월과 7월 각각 105억원, 42억원을 CB 상환에 사용했다.
유증을 통해 빚을 갚은 뒤에도 회사는 다시 CB와 BW를 발행했다. 현재 미상환잔액이 남아있는 5회차, 7회차, 8회차 CB와 6회차 BW 등이다. 실적 악화로 금융권 차입이 어려워지며 메자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다시 유상증자로 갚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실적 저하로 유동성이 악화된 상태다. 작년 매출은 전년대비 39.2% 줄어든 212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404억원의 영업손실과 488억원의 단기순손실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역시 전년(207%)보다 크게 증가한 606%를 기록했다.
스마트폰용 광학부품이 회사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출고가 줄며 실적 저하와 함께 재무적 안정성이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 위기를 겪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해성옵틱스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