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임재훈 교수(국민대학교)에게 ‘어버이 날’은 남다르다. 그는 탈북민을 자녀로 입양해 흔치 않은 가족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임 교수가 입양한 탈북민 자녀는 모두 3명. 3년 전 결혼한 A씨(33·여)를 비롯해 함께 살고 있는 C씨(25‧여), 그리고 지금은 따로 살고 있는 B씨(31·남)다. A씨와 B씨는 남매다. 한 명도 쉽지 않은데 어쩌다 세 명이나 입양했을까. 10년 가까운 입양 가족사를 듣노라면 남북분단 현실과 풀어야 할 과제를 만나게 된다.
임 교수와 부인 문현숙씨가 A씨 남매를 처음 만난 건 2012년. 다니던 교회에서였다. 첫 만남부터 끌렸다는 부부는 선뜻 입양을 결정했다. 당시 남매는 24세, 22세. 적지 않은 나이에다 북에는 친부모를 두고 있었다. 생부와 생모를 고려해 법적 입양절차는 밟지 않았다. 이후 남매는 집으로 들어와 가족으로 지냈다. 함께 아침을 맞고 잠자리에 들며 기쁨과 슬픔을 나눴다. 또 매월 가족회의에 참여해 집안 대소사를 논의했다. “아빠와 엄마”, “아들과 딸”로 불렀고, 외동아들도 A씨 남매를 “누나와 형”으로 살갑게 따랐다.
A씨는 대학졸업 후 간호사로 일하다 2018년 탈북민과 결혼,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딸아이 손을 잡고 예식장에 들어설 때 떨리기도 했지만 많은 생각이 스쳤다”는 임 교수는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수년 전 어버이날 받은 손 편지를 잊지 못한다. “아버지, 어머니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마음으로 아껴주시고 보살펴 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읽다가 자꾸 눈물이 났다”는 임 교수는 “국회의원이 됐을 때보다 기뻤다. 한 번도 입양 결정을 후회한 적 없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2021년 현재 탈북민은 3만4000여명. 대부분 월 소득 200만원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다.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감은 크다. 이 때문인지 사망한 탈북민 10명 중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반 국민 0.47명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다. 자살 충동 경험도 85.7%에 달한다. 더욱 안타까운 건 중국‧몽골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북한에서 출생한 청소년과 달리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있다.
그런데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1년 40.3%에서 2020년 62.8%로 북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앞질렀다. 북한 출생 탈북 청소년에게는 국공립대학 등록금 면제, 기본 정착금 800만원, 주거 지원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제3국 출생 청소년은 양육 가산금 450만원과 대학 등록금 200만원이 전부다. 그나마 1회다. 말이 서툴러 더 배려가 필요한데도 현실은 반대다. 탈북 청소년 우울증은 2018년 45.3%에서 2020년 59.4%로 급증 추세다.
‘장애인 고용촉진법’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는 정원의 3.4%를 장애인으로 의무고용해야 한다. 개정안은 2022년 3.6%, 2024년 3.8%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 3.4%도 채우지 못해 35개 국공립대학이 매년 부담금 22억5300만원을 납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동떨어진 개정안이다.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는 최근 국회에 부담금 2분의1 감면을 건의했다. 자격을 충족한 장애인이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촉진법’을 개정해 탈북민과 다문화 가정 자녀를 의무 고용으로 채우면 어떨까 싶다.
임 교수는 “탈북 청소년은 향후 남북한 사회통합의 가교다. 탈북 자녀들을 차별 없이 지원하는 건 우리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된다. 이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면 자칫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국회와 정부는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범주를 제3국에서 태어난 자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톨스토이는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했다. 제3국 출생 청소년이 우리사회에서 행복하도록 보듬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그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학교 갈등연구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