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지재권 면제' 두고 갈라진 지구촌…독일·스위스 "반대"

2021-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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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총리, EU 회원국 비공개 회의 앞두고 반대 표명

"백신 공급 제약 요소, 특허 아닌 생산력과 품질 문제 때문"

WTO 회원국 '만장일치' 필요…지재권 면제 논의 길어질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IP, 이하 지재권) 면제를 두고 지구촌이 분열되는 듯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에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이탈리아 등 주요국이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스위스가 공개적으로 백신 지재권 면제에 반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백신 공급을 제약하는 요소는 생산력과 높은 품질 기준이지 특허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재권 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의 반대 표명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의 코로나19 지재권 면제 논의를 앞두고 나온 것으로 특히 주목을 받는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7~8일 포르투갈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고 미국이 제안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보호 면제 제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식 재산의 보호는 ‘혁신의 원천’이며, 미래에도 그렇게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도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해제하자는 미국의 제안은 백신 생산 전반에 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도 지재권 면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위스 연방 국가경제사무국(SECO)은 6일 “세계무역기구(WTO)의 틀 내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는 데 열려있다. 이런 맥락에서 스위스는 미국의 새로운 제안을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SECO는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핵심 우방국으로 꼽히는 영국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국 정부는 미국의 코로나19 지재권 보호 면제 제안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생산과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및 WTO 회원국들과 논의를 해왔다”는 원론적인 반응만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독일이 백신 지재권 면제에 반대의 손을 든 것은 독일 생명공학 업체인 바이오엔테크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오엔테크는 미국 화이자와 함께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란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했다. 영국 역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아스트라제네카(AZ)의 종주국이다.

두 국가는 자국기업이 백신 특허를 보유한 만큼 지재권 보호 면제에 부정적 또는 소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EU 내 영향력이 상당한 독일의 반대로 WTO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보호 면제 논의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약사가 보유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은 WTO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의 보호를 받는데, 이를 중단하기 위해선 WTO의 16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를 보유하지 않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미국의 지재권 보호 면제 제안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자국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도 백신 지재권 보호 면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당연히 그런 접근법(백신 지재권 보호 면제)을 지지할 것”이라며 행정부에 해당 문제 검토를 지시했다. 중국도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은 백신 접근성 문제에 대한 노력을 지지한다. WTO에서 모든 당사자 간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기대한다”며 백신 지재권 보호 면제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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