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과 보험사를 제치고 수익률과 적립금 증가율 상위권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최근 1년간 운용수익률 상승률 상위 5개 사업자에 증권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DC형 시장에서도 신영증권이 23.18%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수익률은 각각 13.75%, 13.41%를 기록했고 한국투자증권(13.06%), 신한금융투자(11.47%) 등도 10%대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DB형에서는 수익률 상위 5개 사업자 중 교보생명(3위·3.31%)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에 증권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적립금 증가율도 증권사들이 독차지하는 분위기다. IRP 시장에서는 한국포스증권의 1분기 말 적립금이 83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557억원) 대비 49.01%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DC형과 DB형 시장 적립금이 전분기보다 가장 많이 증가한 사업자로 기록됐다. 한화투자증권은 DC형 시장에서 29.58%, 하나금융투자는 DB형 시장에서 2.37% 외형을 확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사업자 중에서도 증권사의 적립금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IRP 적립금 상위 10개 사업자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30.20%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차증권이 각각 26.10%, 23.67% 늘었다. IRP 시장점유율 1위인 KB국민은행(9.40%)과 2위인 신한은행(9.26%)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DB형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9.69%로 상위 10개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한국투자증권이 5.23%로 뒤를 이었다.
퇴직연금 전체 시장에서 여전히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지만 증권사도 점유율을 조금씩 높이며 은행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18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이 51.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은 20.5%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32%포인트 차이였던 은행과 증권사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지난해 31.2%포인트로 소폭 줄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급증하는 배경으로 저금리 장기화, 증시 호황을 꼽는다. 특히 퇴직연금 계좌로 EFT 투자 시 분배금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지 않고 향후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세인 3.3~5.5%만 내는 절세도 가능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DC형이나 IRP를 이용할 경우 상장지수펀드(ETF)나 리츠(REITs) 등 투자 대상 선택 폭이 상대적으로 넓어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데다 세제혜택도 누릴 수 있어 적립금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