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마련한 ‘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높은 대출 문턱으로 인해 저조한 취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폐업률이 급증하는 등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지만, 정책 금융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전시행정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차 소상공인 지원프로그램은 4월 현재 목표금액 10조원 가운데 4조원이나 남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차 재원의 소진이 더딘 이유는 신청 대상이 제한적인 데다, 대출 조건도 1차 때보다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보증 심사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연체 경력이 있는 신청자는 제외한 것도 부진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금융위원회는 두 차례나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우선 첫 번째 개편에선 지원 한도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렸고, 1차 프로그램 수혜자는 제외토록 한 규정도 고쳐 중복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법인사업자와 1차 프로그램 때 한도(3000만원)까지 대출 받은 소상공인은 제외했다.
이어 올해 1월 두 번째 개편에서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등 은행권의 최고 금리를 4.99%에서 2.99%로 조정했고, 그 외 금융기관에서는 3%로 지원했다. 또 보증료는 1년차에 0.3%, 2~5년차에는 0.9%로 변경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개편에도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는 여전히 대출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상공인은 “매출이 감소해 은행에서 정한 내부등급에 미달돼 거절당했다”면서 “매출 감소로 영업이 어려워 자금 지원을 받겠다는 것인데 장사가 잘되는 사람들만 해주면 무슨 소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사이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는 553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7만5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수는 1994년(537만7000명) 이후 26년 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16만5000명 감소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24만7000명 감소한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든 수준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지금 소상공인들은 담보 여력, 상환 여력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자율 초저금리, 상환거치 연장뿐 아니라, 저신용자도 대거 수용할 수 있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