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기, 눈 뜨고 코 베인다

2021-05-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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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에서 매매 불가능한 가상화폐 100만원에 팔려

"스마트폰으로 채굴" 결제 받고 잠적·유사수신 행위도

거래소에서 매매가 불가능한 가상화폐가 100만원에 달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있다며 결제 비용을 받고 잠적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이처럼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역이용한 신종 사기수법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지만, 당국의 느슨한 관리와 애매한 기준으로 인해 제대로 된 처벌조항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다"며 가치가 없는 이른바 '깡통 코인'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업체가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A업체다. 이 업체는 네이버 밴드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가상화폐 5~6종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밴드에 가입된 이들은 현재 수천명에 달한다.

A업체는 표면적으로는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해당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50만~100만원 상당의 '초기 투자금'이 필요하다. 타인을 추천할 경우 격려비 성격의 현금은 물론 추가로 가상화폐를 더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단계 판매 형태와도 유사하다.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의 가상화폐가 곧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될 것이라는 A업체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은 특정 거래소 명칭과 구체적인 날짜를 들어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거래소 상장이 이뤄지는 가상화폐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거래소 업비트는 "상장이 확정된 경우에만 업비트 공지사항으로 이를 고지한다"며 "특정 일자에 상장이 확실하다는 유형의 메시지는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알린 바 있다. A업체는 2018년 대규모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업체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 또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채굴 사기' 사례 또한 급증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컴퓨터 연산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기업체들은 스마트폰만으로도 손쉽게 특정 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고 접근해 결제를 유도한 뒤 잠적한다.

지난달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놀라게 한 '와우도지'가 한 예다. 와우도지는 이용자가 일정량의 도지코인을 입금하면 더 많은 도지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이를 믿은 이용자들이 입금을 마치자, 와우도지 웹사이트는 갑작스럽게 폐쇄됐다.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만 수십만명, 피해 규모도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유사한 사기 수법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많다. 구글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플레이 스토어'에는 채굴과 관련된 수십종의 앱이 등록돼 있지만, 실제 채굴과 무관한 앱이 상당수다. 앱에 내장된 광고를 이용자가 시청할 경우 채굴 속도가 높아진다고 홍보하면서 광고 수익만 챙기는 방식이 가장 많다. 이러한 앱을 다운로드 받을 경우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정보 등이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또다른 사기 유형으로는 스테이킹을 명목으로 이뤄지는 불법 다단계 판매다. 스테이킹은 가상화폐를 예치할 경우 이자를 돌려주는 서비스다.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던 B업체는 최근 방문판매법과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피소됐다. 이들은 스테이킹 회원을 5개 등급으로 나누고, 다른 회원을 가입시킬수록 상위 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게 했다. 하위 회원이 스테이킹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추천인에게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B업체는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맡긴 고객들에게 상장 폐지되거나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알트코인들을 이자로 지급했다. 출금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도 잦았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는 80억원이 넘는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뜬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가 현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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