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27일(현지 시각) "미국은 한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에 대한) 설득·압박과 함께 인내와 대화, 평화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일 과거사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이 상황을 이용해 편익을 도모하려고 한다면 한국인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잃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웹사이트에 게재한 ‘한미 동맹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A new Look at the Korea-US Aliance)’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북핵 문제"라며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는 인내심을 갖고 단계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며 강조했다.
이어 "한·미가 문제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를 안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다만 전쟁 억제력에 관해서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절박하다. 미국에 선택의 문제인 전쟁은 한국인에겐 생사의 문제"라고 말했다. 독립전쟁 이후 본토를 공격당한 적 없는 미국과 달리 한국민은 한국전으로 죽음과 공포, 폐허를 경험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양 전 원장은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가 최우선이지만 한국은 비핵화와 동시에 전쟁 억제와 긴장 완화 모두 중요하다"며 "미국은 한국이 설득과 압박과 함께 인내, 대화와 평화의 방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전 원장은 북한의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석유 부족은 북한 사회의 큰 위험 요소"라며 "이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될 여지는 낮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석유 등 전쟁 물자를 보급할 가능성은 낮기에 북한은 전면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양 전 원장은 한국 경제·사회·안보 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상당 부분 미국의 지원과 양국 동맹 관계를 통해 이뤄졌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의 아름다운 여정",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의 희생이 한국에서 빛나는 보람으로 발현되고 있는 점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두 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며 "그 출발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자부심에 걸맞게 한국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동맹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데 불쾌함을 느꼈다"며 "'돌아온 미국'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쌍방이 동맹으로서 함께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최근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은 한국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에서 잘못된 과거를 깨지 못한 일본에 있다는 걸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일 과거사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만약 개입해야 한다면 오직 공정한 중재자 역할 정도로 그쳐야 한다"며 "미국이 이 상황을 이용해 편익을 도모하려고 한다면 한국인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잃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전 원장은 미·중 갈등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에 누구 편이냐 따지는 것은 매우 파편적이고 피상적인 질문"이라며 "안보는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두고 경제는 다자협력으로 가는 한국의 ‘투트랙 접근’을 미국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역시 중국에 대해 단선적 접근이 아닌 복합적 접근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전략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한국이 미·중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함으로써 동북아 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원장은 CSIS에서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3개월간 활동한 뒤 이달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