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만 저울질하다 투기 열풍을 방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금융위원회 등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가 출범한 지 만 3년 9개월 만에 정부가 기상화폐 투자자를 투자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
은 위원장 발언의 배경에는 가상화폐를 제도화할 경우 국민들이 이를 공식적인 지급수단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가 작용했다.
그러나 업계 추산 일일 거래량이 20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시장을 지켜만 보는 정부에 대한 개입과 제도권 편입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여기서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들었다. 정부의 개입이 자칫 가상화폐를 인정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투기 열풍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은 위원장 역시 이날 “가장 걱정되는 건 이걸 공식화해 제도권으로 들어와서 갑자기 더 투기 열풍이 부는 부분도 있어서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 위원장의 발언은 그간 여론과 국회가 논의해온 가상화폐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차단한 것이라는 평가다. 그간 국회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어왔지만 소비자 보호는 빠트릴 수 없는 주요 요소였다.
정세균 전 총리는 2018년 국회의장 당시 가상통화 규제의 쟁점과 개선과제 세미나에서 “법적 정의나 소비자 보호 및 과세 문제 등 수많은 입법과제”를 거론하며 합리적인 가상화폐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날 은 위원장의 발언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인식을 대변한 것이라는 평가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청와대는 직접 나서 가상화폐에 대해 밝힌 경우가 드물다”면서 “과거에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는 법을 준비 중’이라고 발언하는 등 관련 부처 수장들이 메시지를 던졌다”고 귀띔했다.
앞서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화폐 투자 열풍과 관련한 정부 대책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가상화폐 투자자를 투자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