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한국의 GDP 기준 경제성장률은 2~3%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인구 구조 변화,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주체들의 빚은 그 경제의 성장률과 연동해 고려할 수밖에 없다. 성장률은 낮아지는데 빚만 늘어나는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계와 기업, 정부의 빚이 현 시점에서는 관리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미래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부채가 동시에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가계부채가 올라가더라도 정부의 부채는 낮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고 봤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늘어난 부채는 결국 누군가가 은행에 맡긴 돈"이라며 "지난해 소비가 줄어들면서 저축이 늘어난 만큼 저금리에 대출이 많이 풀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리스크가 큰 곳에 투자한 경우라면 금리 인상 시 어려울 수 있지만 담보가 있는 대출은 큰 리스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연체율이 하락한 배경에 대해서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 때문이라고 보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정부 공급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다 만기 연장을 해준 상황"이라며 "고신용 차주가 없는 상황보다는 낫지만 저신용 차주가 감소한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부채의 총량을 규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금융당국은 이번주 중으로 내놓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점진적으로 4%대로 낮출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 규제는 결국 공급 규제인데 은행 입장에서 어느 대출을 줄일 것인지가 문제"라며 "주담대 시장은 부도율도 낮고 담보도 있는 시장이니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보증 대출을 확대하는 보완책이 있지만 이 경우 결국 재정 여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저신용차주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에 위험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나눠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대책은 전반적인 총량도 중요하지만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채무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가계와 기업은 신용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까지 층위가 다양하지만 정부는 하나"라며 "정부의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은 본인이 판단하지만 국가는 주인이 없다"며 "많이 쓰면 좋다는 생각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국가채무는)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증가라고 정당화할 수 있지만 향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얘기 없이 더 쓰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며 "향후 건전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얘기해야 부채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