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을 하루 앞두고 북한의 도발 수준에 정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물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어서다. 미국 정보당국은 당장은 북한이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대미 압박을 위해 핵실험 등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동력 상실이 우려되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도발까지 예상하지 못할 경우 사면초가 상황에 놓일 수 있어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핵실험을 올해안에 다시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미 정보당국의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총 27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미 의회에 제출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대북정책 공개를 앞두고, 당장은 고강도 무력도발은 삼가겠지만, 장기적으로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반영될 가능성도 열린 셈이다.
보고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역 안보 환경을 바꾸고 미국과 우방국간 균열을 위한 공세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여기에는 핵실험 재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우리는 김 위원장이 외세의 핵무기를 외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최상의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 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서의 국제적 수용과 존중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3년동안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면서 미국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 협상의 여지를 열어놨지만, 미국과 협상을 하도록 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는 역내 안보환경을 재구성하고 역내국가들과의 미국의 동맹을 틀어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일본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직접 나선 것이 '평화 구상'의 불씨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북한은 2018년 평창올림픽 직전에도 극적 참가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IOC의 접촉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을 한·일 관계 개선은 물론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요한 기회로 여기고 있다.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남북 단일팀과 남북 공동입장 등을 추진하는 방안 등을 구상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가 풀리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무드를 조성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북한과 접촉을 시도 중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018년 평창올림픽 때도 개최 한 달을 앞두고 북한의 참가를 적극 유도해 '제15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당시에도 두 사람은 공식 소통 채널이었던 만큼, 북한이 도쿄올림픽 참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향후 북한이 전향적으로 도쿄올림픽 참가를 결정할 경우 오는 5월로 논의 중인 한·미 정상회담과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 관련 문제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NOC(북한올림픽위원회) 간 논의할 사안으로 알고있다"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찾아가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