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의 뉴 패러다임 ESG] 한국형 ESG 지표 도입...'착한 경영' 글로벌 주도하자

2021-04-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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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G 산업발전법에 근거해 마련… 국가를 대표할만한 지표로 육성

기본지표와 혁신지표로 양분…투자자 증빙용으로도 활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박일준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풍력발전 관련 보고를 현장 연결을 통해 듣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고, 기업들도 환경‧사회‧거버넌스(ESG)와 같은 ‘지속가능경영’을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올해 신년사 중 일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자 정부가 ESG 경영의 기반 확대 및 활성화 지원에 나섰다.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적 흐름에도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다만, 현재까지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기업도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가 나서 더 체계적인 ESG 기준을 마련하고, 향후 세계시장의 진출까지 염두에 둔 ESG 경영 평가 지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ESG’ 기업 경영의 새로운 규칙으로 떠오르다

최근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경영 환경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투자자와 소비자는 기업 선택의 기준으로 환경적‧사회적 요소를 고려하면서 ESG에 대한 투자액을 매년 늘리고 있다. 최근 집계된 투자금액을 살펴보면 2016년 세계적으로 22조8000억 달러가 ESG에 투자됐는데, 2018년에는 30조7000억 달러로 2년 사이에 8조 달러가량 더 늘었다. 소비자들의 가치소비도 이와 함께 확대되는 추세다.

당연히 기업이 준수해야 할 환경‧안전‧노동 규범도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며, 유럽연합(EU)은 기업 ESG 정보의 의무공시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앞으로 재무제표에도 지속가능성을 반영해야 하는 실무지침 관련법 개정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더 커졌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 안전망이 전체적으로 위협받자 기업경영에도 ESG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미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높아진 안전‧환경기준과 소비자 인식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결국 도태되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를 자랑했던 에너지 회사 엑손모빌이 지난해 8월에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했다. 화석연료를 주력 사업으로 이끌어오면서 ESG라는 세계의 흐름을 놓친 것이다.

반면, 지속가능경영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사례도 보였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 듀폰은 몬트리올 의정서 발효 당시, 프레온가스의 친환경 대체물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석권했다.

우리나라도 산업정책에서 지속가능경영이 중요하다는 점은 일찍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앞서 2007년 산업정책의 근간인 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지원 근거도 확보한 바 있다.

다만, 부족한 인식 등 다양한 요인으로 국내 지속가능경영 확산이 정체된 상태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속가능개발목표(유엔 SDGs) 인식기업은 전체 국내기업 중 50% 미만이었고, 산업 여건상 지속가능경영의 유인책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주도 한국형 지표(K-ESG) 정립 필요성

ESG 경영환경이 확산하자, 정부는 우선 시장혼란을 최소화하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는 지속가능경영의 지표화인데, 한마디로 K-ESG의 정립이다. 다만, 마련된 평가지표·인증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운영할 방침이다.

정부는 K-ESG를 산업발전법에 근거해 국가를 대표할 만한 지속가능경영 지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산업발전법 제18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을 위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평가하기 위한 평가기준 및 지표를 설정해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간 다양한 민간 기준으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평가를 하다 보니 기업의 혼란이 있었다. 특히 민간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도 납품기업이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공신력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K-ESG 지표는 크게 기본지표와 현식지표 2단계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이 활용 목적에 따라 선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우선 기본지표는 올해 설립할 예정이다. 글로벌 요구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평가기준을 포함할 계획이다. 구성은 국내외 평가기관 지표 중 공통·필수요소를 선별적으로 넣을 방침이다.

가령 환경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사회에서는 안전규정 위반 여부, 지배구조에서는 임금수준 등 항목이 그 예시다.

또 글로벌 수용성 확보를 위해 3대 평가요소(E‧S‧G)를 균형있게 포함하도록 했다. 기본지표가 만들어지면 우리 기업의 국내외 납품처‧투자자 등에게 증빙용으로 활용된다.

혁신지표는 차별화된 지속가능경쟁력을 보여주는 추가 기준으로 내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구성은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는 디지털 전환, 그린 공급망 등 산업이슈별로 특화해 꾸린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환을 평가하기 위해 플랫폼을 통한 매출액 비중을 넣거나, 그린 공급망의 경우 친환경 리스크 모니터링 협력사 비율 등을 포함시킨다.

활용은 기업 스스로의 경쟁력 있는 세일즈를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평가하도록 한다. 다만, 향후 정부 지원정책(R&D‧정책금융)에 대한 우대기준으로도 삼을 방침이다.

혁신지표는 기본지표 충족기업에 대해 K-ESG 인증을 발급할 계획이고, 인증업무를 수행하는 인증평가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표준협회 등에 위탁해 운영한다.

추가적으로 정부는 K-ESG의 확산을 위해 기업의 공개 희망 여부와 범위를 사전에 확인한 뒤 평가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보는 기관투자자 등이 투자결정에 참고할 수 있고 더 나아가 K-ESG 정보를 담은 플랫폼 구축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최종적으로는 투명성을 높이고 해외기관과 상호인정을 통해 K-ESG의 국제적 공신력 확보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경쟁력을 더 높이고 해외진출도 돕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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