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개별 기업과 산업을 넘어서 국가 전체의 신용등급을 좌우할 변수로 등장했다.
ESG는 비재무적인 요인들 중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추린 것이다. 이미 유럽연합(EU)에서는 ESG를 기준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규제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무디스·S&P·피치 등 글로벌 신평사들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ESG를 적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추세다.
한국은 독일, 스위스 등 11개국과 함께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신용영향점수가 1등급이라는 것은 한국의 ESG 요소들이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성적은 미국, 일본보다 앞선다. 미국과 영국 등 30개국은 2등급(중립적)을, 일본과 중국 등 38개국은 3등급(다소 부정적)의 평가를 받았다. 인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4등급, 아르헨티나 등이 5등급이었다.
1등급과 2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을 받은 103개국은 ESG 요인이 해당 국가의 신용등급에 잠재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 발표에서 ESG의 각 분야별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 국가별로 5개 등급의 점수를 매겼다. 이후 각국의 ESG 요인들이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종 등급을 평가했다.
한국은 세부 분야별 평가에서 환경 2등급(중립적), 사회 2등급(중립적), 지배구조는 1등급(긍정적) 평가를 획득했다.
환경의 경우 '탄소 전환', '기후 변화', '수자원 관리', '폐기물 및 공해', '자연 자본' 등 5가지 세부 항목에서 모두 2등급을 받았다. 사회는 △교육 △보건 및 안전 △기본 서비스 접근성에서 1등급을 받았지만 '인구'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지배구조는 제도, 정책 신뢰성 및 효과성, 투명성 및 정보공개, 예산 관리 등 4개 세부 항목이 모두 1등급이었다.
다만 무디스는 이번 ESG 등급 평가와 국가신용등급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국가신용등급 평가 시 ESG가 주요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판 뉴딜 등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신용등급은 기업들이 투자자를 찾을 때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국가 등급과 연동되는 비중이 큰 공기업과 은행들은 무디스의 평가에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가 신용등급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ESG 요소들에 대해 우수한 평가를 받음으로써 한국 국가 신용등급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ESG 투자자 유치는 물론 신용도와 신용 연계성이 높은 공기업, 은행들은 직·간접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