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 총리, 이란 부통령에 "동결자금 문제 유관국과 적극 협의"

2021-04-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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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11~13일 이란 방문...동결자금 논의

이란 부통령 "韓, 동결자금 조속히 해제하라"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 로비에서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이란을 방문 중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과 만나 한국 내 동결자금 문제를 논의했다.

정 총리는 자한기리 부통령에게 "유관국과 적극 협의하고 있다"며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드러냈다.

12일 총리실에 따르면 정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자한기리 부통령과 양자회담 및 만찬을 하고 상호 관심사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양국이 1962년 수교 이래 때로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꾸준히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내년 한·이란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양국관계의 한 단계 도약을 함께 준비해 나가자"고 말했다.

특히 "우호 증진을 위해서는 양국의 고위급 교류도 중요한 만큼, 44년 만의 국무총리 이란 방문이 양국관계 발전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며 자한기리 부통령의 방한도 초청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이에 자한기리 부통령은 정 총리의 방한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2017년 국회의장으로서 이란을 방문하는 등 이란과의 인연이 깊은 정 총리의 이란 방문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또 "그동안 많은 한국기업들이 이란에 적극 진출해 2012년에는 양자 교역규모가 170억달러까지 이르렀다"며 "내년 수교 60주년 계기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한기리 부통령은 "이를 위해 한국 내 이란 원화자금 문제의 진전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관련해 정 총리는 "유관국들과 적극적으로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규모는 70억 달러(약 7조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금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동결됐다.

이란은 지난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해당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는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우려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동참하며 동결된 것이다. 이후 이란은 한국 측에 동결자금 해제를 거듭해 요구해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 로비에서 열린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총리는 또 한·이란 인도적 교역 워킹그룹을 통해 한국의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인도적 품목들의 수출을 더욱 활성화해 이란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자한기리 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 총리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했다.

정 총리와 자한기리 부통령은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등 제반 여건이 변화될 수 있음을 감안해 한발 앞서 함께 준비해 가자는데 공감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점검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정 총리는 "이란 핵합의 관련 당사국간 건설적 대화 노력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이란 원화자금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이란을 포함한 관련국과 가능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난 1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 나포와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과 평화는 우리 선박의 안전과 에너지 안보에도 영향이 큰 만큼, 동 해협 내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담 이후, 정 총리와 자한기리 부통령은 양국 간 이뤄진 회담 결과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이란 국영통신 IRNA 등에 따르면 자한기리 부통령은 회견에서 "한국 은행들의 이란 통화자산 차단으로 한국의 위상과 위상이 손상됐다"며 동결자금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자한기리 부통령은 "불행히도 지난 3년 동안 한국은 국제적으로 매우 무효한 이란에 대해 불법적으로 부과된 제재를 추구했고, 단속과 활동을 중단하기 위해 양국 관계를 노출시켰다"며 "유엔 제재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의 수준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과 만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자한기리 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에도 한국이 동결자금을 해제하지 않아 의료장비, 약품, 생활필수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런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존경받는 정 총리의 이란 방문을 매우 좋은 징조로 여기고 있다"며 "한국의 보수적 움직임과 실천적 행동으로 인해 이란에서 한국의 위상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란은 과거에 대한 보상을 하고 효과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한국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이란 방문 마지막 날인 12일(현지시간)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고문 알리 라리자니와 잇달아 회동할 예정이다.

정 총리는 삼성전자·LG전자·대림산업·SK네트웍스 등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도 개최한 뒤 오는 13일 오전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총리가 이란을 방문하는 것은 44년 만이며, 정 총리 취임 처음이자 마지막 외국 방문이다. 정 총리로서는 지난 2017년 8월 국회의장 자격으로 이란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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