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수습카드는 인적 쇄신이 첫손에 꼽힌다. 남북 관계 경색 등 외교·안보 분야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고, 연일 경제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당장의 경기 반등도 힘들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의 계기는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조만간 사의를 공식화한다. 정 총리는 이란 방문 이후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점쳐진다.
출장 현지에서의 드라마틱한 석방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를 기점으로 정 총리는 ‘정치인’으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개각 시기는 정 총리 사의에 맞춰 이달 중순을 전후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국면전환용 개각’은 자제해왔으나, 레임덕 위기에서 이번에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 총리의 후임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라는 점에서다. 후임으로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원혜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 등이 거론된다. 여성 총리 후보군으로는 김영란 전 대법관과 유은혜 경제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후보군으로 꼽힌다.
내각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논란의 중심에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차기 검찰총장이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변창흠 장관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고 검찰총장은 대행 체제라 교체는 확실한데 후임자 물색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심 이반에 결정적 역할을 한 자리인 만큼 선뜻 ‘지원자’도 없다.
그동안 각종 예산 국면에서 당정 갈등으로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한 바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도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장수 장관들 역시 교체 대상자다.
다만, 개각이 청와대 참모진 개편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권 일각에서도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참모진은 없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일부 교체할 만한 참모진도 마땅치 않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셋값 인상 논란으로 이번 재보선 전에 교체됐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호승 정책실장은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이 지난 8일 구두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바꾸겠느냐”면서 “무능과 부패로 나라를 망치고, 내로남불의 위선으로 국민들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국정의 ‘전면 쇄신’ 그리고 ‘내각 총사퇴'를 단행할 생각이 있느냐”고 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오만한 폭주를 멈추라는 국민의 준엄한 경고를 ‘무거운 책임감’, ‘엄중함’이라는 늘 되풀이해 온 애매한 수사, 형식적 사과로 넘길 일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4년 간 단 한 번도 없었던 ‘반성과 성찰’, ‘책임지는 정권’의 모습 없이는 미래에도 천심을 얻을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