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예산 쥐락펴락하는 '소통령' 탈환
7일 발표된 방송 3사의 서울시장 보선 출구조사 결과 오 당선자는 59.0%의 득표를 한 것으로 조사돼 박 후보(37.7%)를 크게 앞섰다. 사전투표 결과가 합산되지 않았지만, 당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사퇴 뒤 오 당선자는 정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대 총선 서울 종로, 21대 총선 서울 광진을에서 연이어 낙선했다. 2019년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도전했지만 황교안 전 대표에게 패배하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서울시장은 사실상 선출직으로는 대통령 다음 가는 자리로 평가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도 참석하기 때문에 야당 소속 서울시장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메르스 사태 등에서 존재감을 보이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엔 이렇다 할 대선주자가 없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한 자릿수 선호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당 밖의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지지층의 선호도를 독점하면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文과 대립각 세우면 윤석열 경쟁자로 부상
오 당선자가 서울시장에 취임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기 시작하면, 윤 전 총장에게 쏠린 야권 지지층이 오 당선자에게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과 갈등을 겪은 윤 전 총장에게 반문 지지층이 결집한 상태인데, 오 당선자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 지지층 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오 당선자가 바로 내년 대선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서울시장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보선으로 당선된 뒤 또 대선에 도전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다. 내년 대선일은 3월 9일, 지방선거일은 6월 1일이다. 대선 30일 전에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약 4개월간 서울시정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오 당선자는 상황을 관망하며 차차기 대권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선에서도 5년을 기준으로 한 공약을 내세웠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한 차례 더 도전한 뒤, 2026년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2027년 대선에 도전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오 당선자가 이번 선거에서 2030세대의 지지를 얻은 것은 향후 대선 가도에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72.5%, 30대 남성의 63.8%가 오 당선자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