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北비핵화] ①미·중 갈등 격화 속 불붙은 한·미·일·중…전략적 모호성만 커졌다

2021-04-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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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서훈, 지난 주말 각각 방중·방미

미·중·일과 '北비핵화' 협조하기로 합의

中, 習방한 대신 "韓, CPTPP 가입 제의"

미·중, '韓 회담' 통해 상호 견제 발언도

"득 될 것 없는 방중...북한 염두 둔 것"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중의 외교전이 마무리됐다. 미·중 패권 경쟁이 나날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일·중 3국이 지난 주말 한국을 매개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머리를 맞댄 것이다.

다만 미·중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하는 한국으로서는 전략적 모호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이 한국에 손을 내미는 속내도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양국 갈등 속 우군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중이 사후 발표한 회담 자료에는 한국 측이 회담 성과로 내세운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 노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방한 내용이 각각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미국은 기존의 북핵 문제 접근 기조를 재확인했으며, 중국은 코로나19 백신 협력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제안 내용을 강조해 한·미, 한·중 외교당국 간 엇박자 우려까지도 흘러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중국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한반도 비핵화에 이견 없어"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오찬까지 함께한 뒤 귀국했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양국의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 정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중국의 역할도 당부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대면하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은 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3국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우려를 공유했고, 비핵화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이 직접 마주 앉지는 않았지만, 한국과의 회담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공통된 입장을 밝힌 셈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은 미국이나 중국 입장이 같다고 본다. 한반도 비핵화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일 중국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갈등 격화 속..."득 없는 방중"

다만 미·중은 한국과의 회담에서 상대국을 겨냥한 견제구를 잊지 않았다.

왕이 부장은 "(한·중이)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다자주의를 함께 수호하며 공동의 이익을 심화·확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장(新疆), 홍콩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미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CPTPP 가입을 제의했다고도 일방적으로 밝혔다. 중국은 과거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CPTPP 전신)'을 자국 고립 수단으로 판단했지만, 최근엔 CPTPP에 참여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對中) 견제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도 3국 안보실장회의 뒤 발표한 성명에 '인도·태평양 안보를 포함한 공통의 우려 사안이 논의됐으며 공동의 민주적 가치에 기반한 공동의 비전 증진에 합의했다'는 내용의 대중 견제 문구를 포함시켰다.

외교가에서는 미·중 관계 악화 속 한국이 북핵 문제를 고리로 양국과 비슷한 시기에 회담을 갖는 데 대한 우려가 거듭 제기됐다.

천영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십년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도움을 받은 게 하나도 없다. 한국엔 중국을 움직일 만한 레버리지(지렛대)가 없기 때문"이라며 "득 될 것 없는 방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한·미 동맹을 우선 신경 쓰며 한·중 관계를 다루는 고도의 테크닉(기술)이 필요한 시점에 북한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대면 회담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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